중국이 인간의 손 감각을 지닌 ‘로봇 손’ 개발에 성공하며 로봇 공학의 한 획을 그었다. 차세대 인공지능(AI) 개발과 함께 산업 전반에 적용해 로봇 기술을 한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연구팀이 최근 세계 최초로 풀 핸드 고해상도 촉각 인식 기능과 완벽한 동작 기능을 결합한 로봇 손 시스템인 ‘F-TAC 핸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베이징대, 베이징일반AI연구소 및 기타 기관의 연구진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의 성과는 지난 9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에 게재됐다.
이 혁신적인 설계는 F-TAC 핸드가 실시간으로 접촉 변화를 감지하고, 신속한 조정을 통해 사람의 손바닥을 모방하도록 해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로봇의 작동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킬 전망이다. 연구팀은 글로벌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성과가 지능의 본질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심화시키고 차세대 AI 시스템 개발에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인간의 손은 27개의 뼈와 34개의 근육으로 구성돼 24개의 자유도를 제공하며, 매우 복잡한 구조와 놀랍도록 정밀한 기능이 특징이다. 인간 손의 기능에 대한 연구는 체화 지능(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신체를 가진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 분야의 최첨단 주제다.
인간이 물체를 잡을 때는 두 가지 주요 능력으로 촉각 피드백과 운동 기능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 연구에서는 이 두 가지 기능을 통합하는 것이 로봇 공학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여겨졌다.
논문의 제1저자이자 베이징대 AI연구소 박사과정생인 자오즈항은 “인간의 촉각 시스템은 두 가지 중요한 구성 요소로 이뤄져 있다”며 “피부에 분포된 촘촘한 촉각 센서 배열과 뇌의 특수 신경처리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F-TAC 핸드는 17개의 고해상도 촉각 센서를 6가지 구성으로 통합해 이 설계를 모방하고, 센서를 감지 요소이자 구조적 구성 요소로 모두 활용하도록 독창적으로 설계해 유연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전례 없는 촉각 범위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이자 베이징일반AI연구소 박사과정생인 리위양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로봇 손의 놀라운 관절 유연성이 제어 알고리즘에 상당한 어려움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인간과 유사한 움켜쥐기 전략을 생성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며 “이 확률 모델 기반 알고리즘은 인간의 움직임과 매우 유사한 잡기 동작을 생성할 수 있으며, 19가지의 일반적인 인간 움켜쥐기 패턴을 포괄한다”라고 설명했다.
리위양은 동시에 여러 물체를 잡는 것이 단일 물체를 잡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작업이기 때문에 로봇 손의 유연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밝혔다. 단일 물체를 집을 때는 두 손가락으로 간단히 집는 것이 가능하지만 여러 물체를 잡으려면 손 전체에서 접촉을 감지하고 지속적인 동작의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실험 결과 F-TAC 핸드는 작동 중 장애물에 부딪혔을 때 단 0.1초 이내에 문제를 감지하고 대체 솔루션으로 전환했다. 연구팀은 실제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600회의 잡기 테스트를 수행했다. F-TAC 핸드는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주며 기존 로봇 손의 성공률 53.5%를 100%로 향상시켰다.
교신저자이자 베이징대 AI연구소 조교수인 주이신은 앞으로 촉각 인식과 로봇 제어를 통합해 더 스마트한 체화지능 모델을 탐구하고, 진정한 범용 AI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로봇 기술을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지능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통찰력은 차세대 AI 개발을 이끌고, 체화지능이 산업 전반에 걸쳐 통합되도록 지원해 중국의 경제 및 사회 발전에 새로운 생산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해 자동차 공장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 현장에 투입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실험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다 정교해진 로봇 손의 개발은 로봇들의 적용 범위를 빠르게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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