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가 법정에서 자신에게 재판을 받는 피고인을 잘 봐달라는 청탁 사주 사실을 공개하고, 해당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형사3단독 장찬수 부장판사는 11일 도박장소개설 등 혐의로 기소된 A(43)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약 5억원을 선고하고 A씨를 법정 구속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12명 중 2명에게는 징역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나머지 10명에게는 벌금 300만~700만원을 선고했다.
장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에 앞서 법정에 선 A씨와 피고들을 향해 “저한테 전화로 잘 봐달라고 했던 사람이 누구냐”고 호통쳤다. 답변이 돌아오지 않자, 장 부장판사는 청탁 전화를 건 인물의 실명과 직장을 공개하면서 캐물었다.
청탁자는 전남 화순지역 한 농협의 간부로 재직 중인 B씨였다. 장 부장판사는 “어떤 사이길래 나에게 직접 전화까지 해서 청탁을 하느냐, 단단히 잘못된 생각을 한 것”이라며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고 꾸짖었다.
이에 A씨는 “잘 모르는 사람이다” “청탁을 부탁하지 않았다”고 잡아떼다가 “아는 형님의 지인”이라고 실토했다.
장 부장판사는 “몇다리 거쳐서 청탁을 한 것 같은데, 지금이 어느 때라고 감히 청탁을 하느냐”며 “재판은 공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형 선고와 함께 A씨가 항소할 경우 항소심 재판부도 청탁 시도를 알 수 있도록 공판 기록에 남길 것을 주문했다.
장 부장판사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청탁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를 그냥 넘기면 세상이 이렇게 되는구나, 판사한테 청탁하니까 잘 넘어갔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재판은 공정해야 한다”고 청탁 공개 사실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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