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최근 평안북도 영변에 북한이 새 핵 시설을 건설했다고 밝힌 가운데 해당 장소를 통해 우라늄 생산 효율성이 크게 제고됐다는 미국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12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민간 위성 서비스 ‘플래닛랩스’가 4월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기존 핵 시설에서 2㎞ 정도 떨어진 곳에 새 시설을 지었다고 분석했다. 루이스 교수는 새 핵 시설에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앙홀이 있고 주변에 사무소와 지원 시설도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2002년 강선에 짓기 시작한 핵 시설과 배치나 규모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루이스 교수는 더 나아가 북한 매체가 지난해 9월과 올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물질 생산 시설을 시찰했다고 보도한 장소를 각각 강선·영변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이와 관련해 두 곳을 모두 영변으로 보는 일본 연구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루이스 교수는 11일(현지 시간) X(옛 트위터)에 플래닛랩스의 위성사진을 올리고 “그로시 사무총장이 IAEA 이사회에 보고한 북한의 새 우라늄 농축 시설일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생산 기반을 30% 이상 늘렸다는 사실이 큰 뉴스”라고 짚었다. 루이스 교수는 이어 “원심분리기 수가 (기존에 알려진) 3936개보다 훨씬 더 많은 4592~5248개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연간 HEU 생산량도 85~98㎏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적었다.
한편 교도통신은 한국과 미국·일본을 포함한 8개국이 11일 IAEA 정례 이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협의에 다시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고 전했다. 이들 국가는 북한의 핵 개발이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IAEA가 북한 핵 관련 시설을 검증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앞서 그로시 사무총장은 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이사회에서 북한이 영변에 새 핵 시설을 지었다고 보고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