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2일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고 희생자들을 추모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서울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할 때도 노란색 민방위복을 착용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새로 채택된 ‘청록색 민방위복’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방위복은 1975년부터 2005년까지는 카키색이었으며, 이후 2023년까지는 ‘기능성과 실용성 보완’을 이유로 노란색이 사용됐다. 윤석열 정부는 시인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기존 색을 청록색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재해 현장 등을 방문할 때도 청록색 민방위복을 착용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월 경북 영덕군 영덕읍 산불 현장에도 유일하게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은 채로 등장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 후인 5일 NSC(안전치안점검) 회의에도 노란색 민방위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나는 맞는 옷이 없어서 맞는 것을 입다 보니 이것(노란색)을 입은 것”이라며 “그냥 있는 것을 입으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당일 회의에는 노란색과 청록색 민방위복을 입은 참석자들이 뒤섞인 모습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소속인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등 일부 지자체장은 청록색을 입었지만, 이 대통령과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정부 관계자들은 노란색 민방위복을 착용했다.
이 대통령이 노란색 민방위복을 고수하는 이유는 2022년 9월 7일에 올린 엑스(X) 게시물에서 짐작할 수 있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엑스를 통해 ‘청록색 민방위복 볼멘소리 나오는 까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민방위복 바꾸는 것보다 더 급한 민생 사안이 많은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을지연습 기간에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필수요원 3500명의 민방위복 교체를 위해 약 1억 원의 예산이 소요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새 민방위복에 건곤감리 디자인을 사용한 것을 두고 ‘무속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평화와 시민보호를 상징하는 국제민방위 마크에 건곤감리를 활용한 디자인을 굳이 덧입힐 필요가 있냐는 비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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