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AMD가 신형 인공지능(AI) 가속기 ‘MI350’ 시리즈에 삼성전자(005930)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납품 차질로 자존심을 구긴 삼성전자는 AMD와 협력을 발판 삼아 차세대 HBM4 시장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AMD는 1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I 어드밴싱 2025’ 행사에서 신형 AI 가속기 MI350X·MI355X에 삼성전자·마이크론 HBM3E 12단이 탑재된다고 발표했다. 그간 삼성전자가 AMD에 HBM을 납품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AMD가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MI350X·MI355X의 메모리 용량은 288GB(기가바이트)로 이전 세대보다 메모리 탑재량이 12.5% 늘었다. 또 그래픽처리장치(GPU) 8개를 묶은 총 2.3TB(테라바이트) HBM3E가 적용된다. AMD는 이날 최대 128개 GPU를 묶은 단위의 제품 판매를 늘리겠다고 밝혀 삼성전자의 HBM 공급량도 늘 것으로 기대된다.
AMD는 내년 출시할 ‘MI400 시리즈’에 GPU당 432GB 차세대 HBM4 탑재 계획도 공개했다. 지금 제품보다 AI 연산 능력이 10배 증강된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 베라 루빈과 연산력은 같고 HBM 탑재량과 대역폭은 1.5배”라고 강조했다.
HBM4는 최근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JEDEC) 규격이 확정돼 본격 양산 채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말 HBM4 양산을 계획 하고 있다. HBM3 경쟁에서 SK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에 뒤처진 삼성전자는 HBM4 공급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5세대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1b) 공정 기반으로 HBM4를 제작 중인 반면 삼성전자는 한 단계 앞선 6세대 10나노급(1c) 공정으로 HBM4를 제조해 메모리 1위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36.9%, 삼성전자가 34.4%, 마이크론이 25%였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HBM4에서 반전을 이루지 못하면 삼성과 SK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AMD도 새 설계가 적용된 MI400 시리즈로 엔비디아와 격차를 좁히려 하는 만큼 삼성전자 또한 MI350 시리즈에서 이뤄진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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