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개혁안이 당원들의 의사에 맞지 않는다면 철회하겠다”며 ‘전 당원 여론조사’를 거듭 제안했다. 자신의 쇄신안이 권성동 원내지도부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보수 재건을 원하는 당심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원들이 우리 당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이 꺼내든 이른바 ‘5대 개혁안’은 옛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 주류 의원들의 반발로 인해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권성동 원내대표가 16일 원내대표 경선일 전까지 의원총회 중단 방침을 밝히면서 당내 언로(言路)마저 막힌 상황이다. 개혁 필요성에 공감대를 표했던 재선 의원 모임에서도 “원내대표 선출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기존 의원총회 소집 요구를 철회했다.
이에 김 비대위원장은 “개혁안 논의를 지도부에 따라 다르게 하겠다는 것은 안타까운 해석이다. 전임이든 신임 지도부든 개혁안을 얼마든 논의할 수 있다”며 “우리 스스로 개혁의 적기를 놓쳐 개혁의 대상이 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옛 친윤계가 반대하는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에 대한 당원들의 의견을 물어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어 페이스북을 통해 당론 결정 시 △보수 지지층 여론조사 반영 △전 당원 투표, 시도 당원 투표, 당협 당원 투표 활성화 △의원 투표 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문제는 김 비대위원장의 호소가 ‘쓸쓸한 외침’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당 주류는 김 비대위원장이 내건 쇄신안은 분열을 불러올 수 있고 개혁의 키도 차기 원내 사령탑이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자신을 제외한 비대위원들이 모두 사퇴한 마당에 ‘임기 연장’을 제시한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개혁을 빌미로 자기 정치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반면 개혁 성향인 김재섭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에 대한 당내 비토 여론에 “‘찐윤’들, 광장에서 부정선거를 외쳤던 일부 의원들이 김용태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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