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전후 아버지가 느끼는 우울·불안·스트레스 등 심리적 어려움이 자녀의 사회-정서적, 인지적, 언어적, 신체적 발달 등을 저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델리스 허친슨(Delyse Hutchinson) 호주 디킨대학 교수 연구팀은 출산 전후 아버지의 정신건강과 자녀의 발달 간 관계를 조사한 48개 코호트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을 발견했다.
10개월에 걸친 임신기간과 분만을 직접 경험한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도 출산 전후 상당한 정신적 부담을 느낀다. 불안증의 경우 유병률이 11%에 달하고 우울증은 8%, 스트레스 증가는 6~9%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출산 전후 아버지의 심리적 어려움이 자녀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들이 대부분 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다양한 의학연구 데이터베이스(MEDLINE Complete, Embase, PsycINFO, CINAHL Complete)를 활용해 작년 11월까지 발표된 임상연구 중 48개 코호트를 선별하고 아버지의 출산 전후 심리적 어려움과 청소년기까지 자녀의 전반적 발달 간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아버지가 임신 전후 겪는 우울·불안·스트레스 등 심리적 어려움은 자녀의 사회-정서적, 인지적, 언어적, 신체적 발달과 전반적 발달의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영향은 영아기를 넘어 아동기까지 이어졌다.
아버지가 겪는 심리적 어려움은 특히 자녀의 전반적 발달(global, 상관계수 r=-0.12, 95% CI)과 언어 발달(language, r=-0.15, 95% CI)의 저하에 비교적 큰 영향을 미쳤고 인지 발달(cognitive, r=-0.07, 95% CI) 저하에도 영향을 줬다.
다만 아버지의 심리적 어려움은 적응 및 운동 능력(adaptive, motor)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사회-정서 발달(social-emotional, r=0.09, 95% CI) 측면에선 어느 정도 촉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버지가 출산 전보다 출산 후에 겪는 심리적 어려움이 자녀의 발달 저하와 관련성이 더 강했다"며 "아버지의 정신 상태가 출생 후 자녀의 발달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아버지의 심리적 부담이 자녀의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수정 가능함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연구팀은 "출산 전후 아버지의 정신건강을 진단하고 지원하는 게 자녀의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한 예방적 개입이 될 수 있다"며 "임신 전후 아버지가 심리적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돕는 것이 부모가 되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지원하고 자녀의 건강과 웰빙을 증진하기 위한 예방적 개입의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사협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JAMA 소아과학(JAMA Pediatrics)'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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