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전쟁의 특징 중 하나는 민간인 희생자가 군인보다 많다는 점이다. 민간인 희생의 범위 등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2차 세계대전 후 무력 분쟁에 관한 어떤 통계로든 사상자 평균의 50% 이상이 민간인이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보도를 보면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사람이 없는 들판을 전쟁터로 싸운 것은 20세기 초 1차 세계대전이 마지막이었다. 이제는 전후방 구분이 없어져 인구가 밀집한 도시 주거지역은 물론이고 학교와 병원 같은 필수 민간 시설도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무기도 발달해 조준 발사하는 소총이 아닌 미사일이나 드론·폭격기에 의한 무력 사용이 대부분이니 그런 무기가 민·군을 구분할 리가 없다.
전쟁에서 희생되는 민간인의 상당수는 여성과 아동이다. 성인 남자는 전투를 지원하는 등 가족과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많으니 이것도 당연할 일 같다. 유엔 통계에 의하면 분쟁 지역에 사는 아동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 1990년 전체 아동의 10% 정도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20%, 즉 5억 명에 가까워졌다고 한다. 특히 최근 소강상태에 들어간 가자 전쟁의 경우 총 5만 7000명의 희생자 중 아동이 3분의 1에 가깝다. 이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화면에서 보면 누구든 “저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아동은 인류의 미래다. 전쟁으로 아이들이 희생되고 피해를 받으면 사회 전체에 장기적으로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살아남은 아이들도 굶주림과 질병, 학업 중단으로 제대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보고 106년 전 세이브더칠드런을 창설한 영국 여성 에글렌타인 젭은 “모든 전쟁은 아동에 대한 전쟁”이라고 했다. 세계 모든 곳의 아동이 인종·국적·종교와 무관하게 위기 속에서도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전쟁의 피해를 입은 아동이 제대로 된 보호와 교육을 받지 못하고 부모 세대의 갈등과 원한만을 이어받는다면 30년 후 인류의 평화와 발전에 큰 희망을 걸기 어렵다.
국제사회는 전쟁 속의 아동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강화함과 동시에 보다 근본적으로 무력 분쟁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현재의 분쟁을 멈추기 위해 행동하고 평화를 구축하는 데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고 난 후 인류는 평화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국제연맹과 유엔을 창설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국가들, 특히 강대국들이 세계 전체와 인류의 미래보다는 당장 눈앞의 국익에 집중하는 현실 속에서 국제기구들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들의 인식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오늘날처럼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된 상황에서 국경은 재난과 불행의 차단벽이 될 수 없다. ‘국경 밖의 아이들’도 결국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고 미래의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그들이 서로를 해치려는 게 아니고 서로를 존중해주는 이웃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세대의 의무다. 우리 아이들은 잘 키워야 하지만 다른 나라 아이들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태도로는 미래를 보장하기가 어려워진다. 무력 분쟁 속의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모든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되면서 전쟁터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무거운 경종으로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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