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연령대가 낮을수록 정치 성향은 진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공식이 깨지고 있다. 특히 20대 남성에게서 보수를 넘어선 극우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서부지방법원 폭동 사건, 21대 대통령 선거 결과 등이 그렇다. 이번 대선에서 20대 남성의 70% 이상이 보수 성향의 김문수·이준석 후보에게 투표했다. 20대 이하 남성들만이 보수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독특한 현상이 확인된 것이다.
책은 극우 성향을 보이는 20대 남성들의 심리를 분석한다. 특히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비상계엄에도 충격을 받았지만 서부지방법원 폭동에 큰 충격을 받아 당시 진행하던 모든 일을 멈추고 청년의 극우화에 대한 탐구와 글을 쓰기로 작정했다고 한다.
책은 전 세계적으로 청년들이 극우화하는 가운데 한국 남성 청년의 우경화 과정과 경로를 비롯해 왜 극우를 택하게 됐는지 사회·경제적 상황과 함께 분석한다. 우선 극우 청년의 심리적 탄생 경로로 일베와 디시인사이드, 우익 게시판 그리고 극우 유튜버 방송을 꼽았다. 극우 청년들은 이곳에서 가슴 속의 분노를 표출하고 분노를 공유하면서 극우적 성향이 강화된다는 점도 짚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가슴 속 분노의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고성장 사회가 아닌 저성장 사회를 살면서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불안, 밀려나면 끝이라는 불안이 이들의 난폭함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불안과 원한이 커지면서 복수심을 키우게 되는데 엘리트, 여성, 이주민들을 복수의 대상으로 삼는 게 극우 청년들의 일반적 특징이다.
계엄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비롯해 대선 투표 결과로 인해 20대 남성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저자 역시 20대 남성들의 우경화의 시작과 경로를 짚으면서 마지막에는 이들의 상처와 어려움을 본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들이 우경화되는 경로를 파악하고 다른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한과 분노를 이겨낼 희망적인 이데올로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치의 종말이 아니라 가치의 확장이라는 새로운 도덕과 가치관을 만들어 사회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극우화를 막기 위해 소속 욕구를 다양하게 채울 수 있는 사회적 돌봄망과 사회망, 정체성 형성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멘토링과 사회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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