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두바이 국제 인공지능(AI) 영화제’ 대상 트로피를 안은 스튜디오프리윌루전의 ‘원모어 펌킴(ONE MORE PUMPKIN)’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 ‘편집저작물’로 등록이 됐는데 위원회가 제시한 근거는 이렇다. “인간이 기획한 시나리오에 맞춰 인물의 감정 표현, 분위기 조성, 의미 전달 등을 하기 위해 생성형 AI 산출물을 선택 배치하고 속도 조절 등의 편집을 해 영상을 제작했다.”
생성형 AI(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GAI)를 활용한 ‘작품’의 저작권 여부가 논란이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조만간 최종 공개할 ‘생성형 AI 활용 저작물의 저작권 등록 안내서’ 및 ‘생성형 AI 결과물에 의한 저작권 분쟁 예방 안내서’ 등 2권의 안내서와 관련한 ‘생성형 AI와 저작권에 관한 분쟁 예방 및 등록 안내서 대국민 설명회’를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위원회 서울사무소에서 열었다.
즉 생성형 AI를 활용한 작품에 저작권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또 분쟁시 해결 방안을 찾자는 내용이다. 문체부는 지난 2023년부터 AI 저작권 제도 개선 워킹그룹 회의를 운영하면서 관련 내용을 정리해 왔다.
이날 사전 공개된 두 안내서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권이 인정되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생성형 AI가 만들어 낸 것은 이러한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창작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도구로 활용해 만들어낸 결과물로서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GAI 활용 저작물)은 저작물에 해당하며 저작권 등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어쨌든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지시에 따른 결과물 중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없는 생성형 AI 결과물(GAI 산출물)의 경우 ‘인간의 사상 감정의 표현’ 요건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으면 따라서 저작권 등록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즉 ‘프롬프트 입력 행위의 창작적 기여’ 부분과 관련해 ‘일반적으로 결과물을 생성하기 위한 일종의 아이디어 제공 또는 지시 정도에 불과하다’며 창작적 기여 인정 가능성이 낮다고 정리했다.
이에 따라 ‘원 모어 펌킨’은 저작물로 등록을 받은 것이다. 대신 이러한 해석에 따라 최근 유행하는 ‘지브리풍’은 저작물이 아닌 셈이다. 물론 지브리풍에 대한 해석이 이날 설명회에 나오지는 않았다.
저작권위원회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창작물의 저작권 등록 요건을 갖추기 위해선 창작적 기여의 ‘과정’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탈자 수정, 크기 조정, 색상 변경과 같이 인간의 기여가 사소한 경우에는 저작권 등록 요건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 안내서는 생성형 AI를 통해 만든 작품과 관련해 저작권 인정 여부에 대해 처음 나온 구체적인 규정이다. 이날 강석원 저작권위원장은 “인간의 창작이 포함된 ‘생성형 AI 활용 저작물’과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단순 ‘생성형 AI 산출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며 “이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창작물의 저작권 등록에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생성형 AI 결과물에 의한 저작권 분쟁의 경우도 ‘의거성’ 및 ‘실질적 유사성’에 따라 판단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의거성’이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자가 특정 저작물을 인식하고 이에 근거하여 만든 것인지에 관해 판단하는 기준이고 또 ‘실질적 유사성’은 생성형 AI 결과물과 기존 저작물이 같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말한다.
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위원회에 등록된 국내의 ‘생성형 AI 활용 저작물’은 29건에 불과했다. 이번 확정된 2종류의 안내서는 이후 최종 검토를 거쳐 오는 6월 30일 위원회 누리집 등을 통해서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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