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내가 그걸 할 것인지조차 모른다. 아마도 나는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내가 무얼할지 아무도 모른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즐겨 표출하는 반의식(semi-consciousness)의 흐름 중 하나로 자신의 유동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그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 개입할지 여부를 숙고하던 중이었다. 늘 그랬듯 그의 메시지는 일인칭 단수 대명사인 ‘나’의 뜻으로 채워졌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대통령이 알고 있다면 국정 운영의 방관자가 돼버린 의회는 물론 일반인들조차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금방 알게 된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일을 그들의 눈앞에서 거침없이 해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이란 핵무기 프로그램의 가장 견고한 타깃을 파괴할 수 있는 폭격기를 이스라엘 측에 전달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미국은 21일 이란 내 주요 핵 시설 3곳에 대해 직접 공습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편집자주).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이란의 핵 시설은 전 세계에서 오직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는 초대형 재래식 비핵 폭탄을 이용해야만 파괴할 수 있고 이 폭탄을 운반하고 투하하기 위해선 미국의 전략자산인 B-29 폭격기를 동원해야만 한다. 한마디로 이란의 지하 핵 시설 파괴는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현재 미국의 개입 여부를 둘러싼 격렬한 논란이 일고 있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대통령이 직접 국민을 상대로 충분한 이유를 제시하고 설득하는 것이 예의 바르고도 신중한 태도다. 우리의 제도가 심각하게 훼손된 현시점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어떻게든 의회가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타당하다.
최근 대부분 진보주의자들임이 분명한 많은 미국인들이 우리에게 왕은 없다며 ‘노 킹스(No Kings)’ 시위를 벌였지만 대통령의 권한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강화된 데는 진보주의의 탓도 적지 않다.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일방적인 지출 삭감과 추방 등 국내 문제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치에서 일주일은 영원에 해당한다. 오늘날 종종 헌법주의자로 처신하는 진보주의자들은 대통령의 거침없는 전쟁 촉발 행위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얼마 전 올림퍼스에서 내려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워싱턴의 ‘전형적인 독재적 성향’에 관해 평소의 강의 조로 청중과 의견을 나눴다. 오바마는 과거에 그랬듯 지금도 상황 변화에 따라 제임스 매디슨 전 대통령이 확립한 삼권분립의 원칙을 선택적으로 수용한다. 과거에도 그는 자신에게 입법권이 없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정확하게 밝혔으나 그 이후 이민법을 개정했다. 또한 의회의 승인을 구하거나 전쟁수행권 결의안을 준수하지 않은 채 리비아 내전에 개입해 8개월 동안 그곳에서 전쟁을 벌인 오바마는 자신의 변호인들을 통해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수천 번의 공습은 적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잭 골드스미스 하버드대 법학교수는 오바마를 “전쟁수행권에 관한 한 비할 데 없는 일방주의자”라고 불렀다.
의회와 달리 쉴 틈 없이 항상 임무를 수행하고 신속히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대통령은 외교 문제에 막중한 권한을 행사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율적인 권한이 아니라 의회와 공유해야 하는 권한이다. 의회에는 외국과의 상업을 규제하는 권한이 주어진다. 현재 의회는 이 권한을 대부분 포기했다. 대통령은 군최고통수권자지만 군대를 육성하는 것은 의회다. 대통령은 전쟁을 수행하고 의회는 전쟁을 선포한다. 상원은 대통령이 협상한 조약을 비준한다. 버지니아대의 법학교수인 사이크리슈나 프라카시는 대통령의 권한 설정 과정을 다룬 2015년도의 저서 ‘제국주의의 시작’에서 1794년에 제정된 금수조치승인법에 따라 대통령에게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할 권한이 부여됐지만 그 기한은 15일로 제한됐고 의회가 회기 중이 아닐 때만 권한행사가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행정부 친화적인 법무부의 법률자문실(OLC)은 대통령이 주도한 군사 조치의 헌법적 타당성은 ‘성격·범위와 지속 기간’에 의해 판단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이클 매코널 스탠퍼드대 교수는 2020년에 저술한 자신의 책에서 OLC의 기준은 리비아·보스니아와 소말리아에서 수천억 달러의 비용과 수천 명의 인명 손실을 초래한 대통령의 일방적 무력행사를 정당화했다고 지적했다. “헌법 조항이 전면전이 아닌 경우에 한해 대통령의 직권으로 적대 행위를 주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해도 과거의 사례처럼 그 같은 권한을 과도히 사용하기 힘들다. 리비아에서의 교전은 그 어떤 측면에서도 방어 목적이 아니었고 무력행사가 불가피한 돌발 상황도 없었다. 대통령은 수개월간 유엔 및 유럽 동맹국들과 협의했지만 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프라카시는 “‘왕정(monarch)’이 하나를 뜻하는 ‘mono’와 지배자를 의미하는 ‘archon’의 파생어 ‘arch’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입을 열기만 하면 늘 ‘나’를 앞세우는 지금의 일인칭 단수 대명사 대통령은 최근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안다” “나는 극단에서 극단으로 갈 수도 있다” “나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 1초 전에 최종 결정을 내리길 좋아한다”고 말했다.
의회는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6월 5일에 대규모 전란의 법적 모호성을 해소하기 위해 헝가리·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전쟁을 선포했다. 오늘날의 쟁점은 이란에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포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헌법적인 절차 준수, 결정 과정에서의 신중한 책임 분담, 그리고 국민과 그들의 대변자들에 대한 존중이 모든 결정권을 한 손에 움켜쥔 제왕과 다르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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