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장관 인선에서 네이버와 LG(003550) 출신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이 잇따라 발탁됐다. 업계에서는 민간 기술 리더십이 정책 영역으로 본격 진입하면서 AI 분야 100조 원 투자 등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AI미래기획수석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을 임명한 데 이어 전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를 각각 지명했다.
특히 네이버 출신 인사의 잇단 기용이 눈길을 끈다. 지난 15일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임명된 하 센터장은 네이버의 AI 선행 기술을 총괄한 딥러닝 전문가로 불린다. 하 수석은 우리나라 독자적인 AI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며 ‘소버린(주권) AI’를 강조해왔다. 그 결실 중 하나가 한국어에 특화한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였고 AI 인재 교육에도 앞장서 왔다. 대통령실 수석급 참모 중 최연소인 하 수석은 첫 브리핑에서 “AI가 전 세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국가 미래의 존망을 좌우하는 시기”라며 소버린 AI 개발도 여러 부처 등과 함께 논의하면서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한성숙 네이버 고문은 IT 분야 여성 리더 중 대표 주자로 꼽힌다. 한 후보자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던 시기 네이버를 모바일에 특화했고, 글로벌 서비스도 확장했다. 또한 네이버페이 등을 탄생시키며 2017년 여성 최초로 네이버 최고경영자(CEO)에 올랐고 5년간 그 자리를 유지했다. 그 사이 네이버는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려 연 매출 6조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주요 인사에 네이버 출신이 오르면서 네이버 주가는 전일 하루 만에 7.61% 상승한 29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인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LG경제연구원 AI자문 연구위원, LG전자 AI추진단장,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등을 지낸 AI 전문가 중 전문가다. 하 수석이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탄생에 주축 역할을 했다면 배 후보자는 LG의 초거대 언어모델인 '엑사원' 개발을 주도했다. '엑사원 3.5'는 미국 스탠퍼드 'AI 인덱스 보고서'에 포함된 국내 유일 AI모델이다. 국내 양대 AI 모델 개발을 주도했던 전문가들이 새 정부 AI 정책을 이끌게 된 셈이다. 배 후보자 역시 하 수석처럼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추진하지 않으면 국가전략자산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IT 현장에서 실제로 오랜 시간 경험을 쌓은 인물들이 발탁되면서 업계에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관료 또는 학계 출신 리더십이 정책을 주도했을 때와는 차별화된 현실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정부가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려면 그 과정을 끝까지 해본 기업의 전문가 발탁이 필수”라며 “또한 결국 AI는 속도전인데, 대규모 예산을 빠른 시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도 민간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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