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돌연 사퇴하면서 1년 4개월 넘게 이어지던 의정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리더십 공백이 생긴 대전협 내부에서는 새로운 비대위 구성을 위한 움직임이 구체화했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전공의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현 비대위 체제로는 조속한 시일 내 의미 있는 변화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불과 하루 전까지 아직 돌아갈 때가 아니라며 내부 단속에 나섰던 박 위원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사직 전공의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실제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 등 50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는 박 위원장의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도망가는 거냐", "마지막까지 책임지지 않았다"는 등 날 선 반응이 잇따랐다. 이와 함께 하반기 전공의 모집 재개를 앞두고 내부 갈등이 격화하거나 조직 정비에 시간을 허비해선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4개 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각 병원 공지를 통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시작인 7월 말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고, 24·25·26학번이 예과 1학년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가 투쟁력을 현저히 약화할 위험이 있다"며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겠다고 알렸다. 오는 26일 밤 9시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새로운 비대위 구성과 향후 로드맵 등을 논의하고, 28일 오후 5시에 오프라인 대의원 총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혼란 속에서도 전공의 대표 교체를 계기로 의정 사태가 반전될 수 있다는 기대도 흘러나온다. 박 위원장의 사퇴와 별개로 김찬규 씨 등 사직 전공의들은 이날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주민 위원장과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지난 22일 ‘전공의·의대생들에게 듣는 의료대란 해결 방안’을 주제로 열린 대한의료정책학교 주최 대담에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현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김 씨는 "현재로선 오늘 대화 내용에 대해 밝힐 수 없다"면서도 "그간 대전협이 온건파를 강하게 통제해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과소평가됐었다. 복귀를 원하는 인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의사협회 보궐선거 때 의료계가 리더쉽을 잃어버린 탓에 내란 사태에도 무기력했고 골든타임을 다 지나보냈다"며 "7월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빠른 리더쉽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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