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2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수사 기한이 있는 특검 성격상 내란 혐의 수사를 위해 진용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임명 12일 만에 내란 혐의의 정점으로 지목받는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속도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란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윤 전 대통령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는 내란 특검팀이 이달 18일 수사를 개시한 지 단 엿새 만, 임명된 지 12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이 경찰의 출석 요구에 두 차례에 걸쳐 불응한 데 이어 특검이 수사를 개시한 18일 이후에도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을 의사를 분명히 한 데 따라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는 게 내란 특검 측의 설명이다. 반면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입장을 내고 “윤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이 경찰에서 특검으로 이관될 것이라고 해서 특검 발족 후 일정 조율을 거쳐 조사에 응할 계획이었다”면서도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단 한 차례도 출석요구나 소환 통지를 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경호처에 자신에 대한 체포 저지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계엄 나흘 뒤인 지난해 12월 7일 경호처에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관련 정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경호처법상 직권남용 교사)도 받고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체포영장 청구 후 가진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빠르게 청구한 데 대해 “특검은 수사 기한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라며 “23일 사건을 인계받은 특검은 사건의 연속성을 고려해 피의자 조사를 위해 체포영장을 청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여러 피의자 중 1인에 불과하다”며 “다른 피의자들은 모두 조사를 받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조사에 응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체포영장은 조사를 위한 청구”라며 향후 구속영장 청구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체포가 이뤄질 경우 48시간 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해 향후 내란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날 내란 특검팀의 체포영장 청구는 신속한 수사 의지를 시사하는 광폭적인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는 예상된 상황이었다. 이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특검과 협의해 윤 전 대통령 측에 이달 5일·12일·19일 세 차례 소환 통보했지만 모두 조사를 받으러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 피의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3~4차례 검찰 출석을 거부하면 검찰은 체포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한다. 문제는 시기다. 특검이 사건을 넘겨받은 지 하루 만에 출석요구 없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례적인 까닭이다.
박 특검보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여러 사항에 대한 조사가 예상되는 만큼 끌려다니지 않을 예정”이라며 성역 없는 수사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 특검보는 이날 특히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법불아귀는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의 경구로, 지난해 7월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전 총장에게 사전 보고 없이 제3의 장소에서 김건희 여사를 소환 조사하며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지자 언급한 단어이기도 하다.
한편 조 특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 여부를 심리하는 재판부에 이날 의견서를 내고 구속 결정을 촉구했다. 내란 특검팀은 “금일 중 이의신청에 대한 의견, 기피 신청에 대한 추가 의견, 특검보 자격에 대한 의견, 준비 기간 중 기소에 관한 의견을 각각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심문은 김 전 장관의 불출석 등으로 연기돼 25일 오전 10시에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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