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를 대표하는 럭셔리 대형 세단 S-클래스는 설명이 필요 없다. S-클래스가 출시되면 신형 모델이 그 시대의 럭셔리 세단을 정의한다. S-클래스는 실내외 디자인과 소재, 커넥티브 기술, 그리고 언제나 최고로 불리는 고급스러운 승차감이 럭셔리 세단의 표준을 제시하는 차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S-클래스의 제조 공장이 있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진델핑겐의 팩토리56 인근에서 시승차로 전달받은 현행 7세대 S-클래스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모델(PHEV) S580e의 운전대를 잡자마자 바로 독일의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 아우토반으로 차를 올렸다. 아우토반은 한국에서 속도 제한이 없는 도로로 알려져 있지만 절반만 맞는 말이다. 속도 제한이 있고 속도 제한이 없는 곳은 속도를 표기하는 원형판에 ‘\’의 표시가 있다.
운전대를 잡고 이 표시판이 눈에 들어오자 그대로 풀악셀을 밟고 스로틀(엔진의 추력 조절장치)을 완전히 열어 엔진 회전을 극한까지 전개했다. 스티어링휠 반응이 묵직하게 바뀌고 에어서스펜션이 차체를 낮추면서 땅을 움켜잡는 균형감이 느껴진다. 자세를 잡은 S-클래스는 그대로 속도를 시속 250㎞까지 끌어올렸다. S580e의 제원에 나온 최고 속도는 250㎞이지만 디지털 계기판은 256㎞를 가리켰다.
완만한 곡선 구간에 진입했을 때 속도를 죽이지 않고 그대로 내달렸다. 곡선에 맞춰 스티어링휠을 움직이면 마치 노면을 따라 파고 달리는 타이어와 휠의 감각이 묵직하게 느껴지며 ‘이대로 달려도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우토반에서 초고속 주행과 여러 번의 곡선 주행에서도 과도한 쏠림이 없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에어서스펜션의 능력에 감탄이 나온다.
아우토반을 약 100㎞ 달린 이번 주행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여전히 최고라고 평가할 수 있는 S-클래스의 승차감이다. 이번에 진델핑겐에서 임멘딩겐으로 가는 아우토반의 도로는 곳곳이 공사 구간으로 도로의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다. 하지만 S-클래스는 시속 100㎞, 심지어 200㎞가 넘는 속도에서도 풍절음은 물론 극도로 제한된 노면 소음을 실내로 전달했다.
럭셔리 세단은 단순히 소음을 억제하는 것에만 그치면 안된다. 노면에서 실내로 타고 오는 소음·진동, 귀를 어지럽히는 주파수에서 나아가 엉덩이와 스티어링휠로 오는 감각조차 고급스럽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아우토반을 달리는 내내 S-클래스가 전달하는 노면 소음과 진동은 메르세데스-벤츠의 ‘NVH’(Noise·Vibration·Harshness) 통제 노하우가 어느 정도인지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불쾌감(Harshness)’을 줄이는 기술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낄 수가 없다.
아우토반을 지나서 들어온 소도시 임멘딩겐 주변의 시골길을 달렸을 때는 S580e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전기차처럼 조용하다 싶었는데 실제로 PHEV다. 완전 충전하면 약 100㎞의 거리를 전기모드로 운행할 수 있다. 임멘딩겐 주변의 도로는 여느 유럽의 시골길과 같이 좁고 높낮이 차이가 계속되는 곡선 구간이 많았다.
이 곳에서 S-클래스의 진가를 또 한 번 체감했다. 시승한 S580e PHEV 모델은 최대 4.5°의 후륜조향 기능이 있다. 앞 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뒷바퀴가 움직여 회전 반경을 줄이는 기술이다. 굽이치는 시골 도로에서 스티어링휠로 조작하면 5.3m의 차체가 소위 준중형이라고 불리는 D세그먼트의 스포츠 세단처럼 움직인다. 그러면서 토크가 걸릴 때마다 느껴지는 엔진 질감은 부드럽고 노면을 타고 오는 전체적인 주행감은 고급스럽다. 주요 브랜드들이 전동화에 집착하며 다소 시대를 앞선 디자인을 전기차(EV) 신차들에 적용하면서 현행 S-클래스의 외형이 무난하다는 평이 많지만, 럭셔리 세단으로서의 정체성과 성능은 아직도 제일 앞서 있다고 봐야 한다.
도착한 임멘딩겐에서는 ‘비하인드 더 휠 오브 에브리 S-클래스(Behind the wheel of every S-class)’의 행사도 함께 진행됐는데 운이 좋게도 1972년 S-클래스라는 이름으로 나온 1세대 모델(W116)과 1979년 나온 2세대(W126) 모델을 짧게 시승할 수 있었다. 1세대 모델은 2000년대 초반에 나온 국산 대형 고급 세단보다 묵직하고 안정감 있는 주행감이 인상적이었다. 2세대 모델의 주행 성능은 현 세대의 고급 세단이라고 느껴질 만큼 완성도 높은 성능을 보였다. 이들이 무려 40~50년 전의 차라는 점에 한 번 더 놀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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