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김상환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20기)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대통령 몫의 또 다른 재판관 후보자로는 오영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23기)를 낙점했다. 신임 재판관 후보자들은 모두 중도 진보 성향으로 분류돼 헌재 구성이 진보 우세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이 같은 인선 브리핑을 진행하며 “김 후보자는 올해 4월 8일 퇴임한 문형배 전 재판관의 후임, 오 후보자는 이미선 전 재판관의 후임”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대전 보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차장, 대법관 등을 지낸 정통 사법 관료 출신이다. 현재는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법원행정처장 시절 법원행정처 차장이던 김형두 현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함께 근무하며 사법행정에서 긴밀히 협업했던 경력이 있다. 대법관 재직 당시에는 집회·표현의 자유, 사회적 약자 보호 사건에서 소수 의견을 주도하며 중도 진보적 성향을 견지해왔다. 김 후보자는 이날 “무거운 책임감으로 청문 과정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 후보자는 대전 출신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특허법원 부장판사,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다. 강 비서실장은 “법원 내에서도 손꼽히는 법관으로 헌재 판단에 깊이를 더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오 후보자는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한 적도 있다. 앞서 재판관 최종 후보군에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사건을 변호했던 이승엽 변호사도 포함됐으나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돼 스스로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선으로 7인 체제로 운영되던 헌재는 조만간 9인 정원을 완성하게 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석 상태였던 대통령 지명 몫 2명이 채워지면서 헌재가 정상적인 의결 구조를 회복하게 된다. 헌재는 9인 중 6인 이상의 찬성으로 위헌 결정을 내리는 구조다. 현재 재판관 구도는 정계선·마은혁 재판관이 진보 성향,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이 보수 성향으로 평가된다. 김형두 소장 권한대행은 중도, 정정미는 중도 진보, 김복형은 중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지금까지는 진보 3명, 보수 3명, 중도 1명의 균형 상태가 유지돼왔다. 그러나 김상환·오영준 후보자 모두 진보 또는 중도 진보로 평가받는 인물인 만큼 임명 후에는 헌재가 진보 5명, 보수 3명, 중도 1명의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전직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회 갈등 이슈나 정치적 사안에서 헌재가 보다 전향적인 방향으로 기울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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