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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이어 500조 원전해체 공략…“방폐물 처리 기술로 승부수 띄워야”

원안위, 첫 원전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12년간 1조원, 해체기술 96종 투입

원전 건설허가 53년만에 새 시장 열려

방폐물만 2500억…비용 절감 핵심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사진 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1970년대 시작된 한국 원자력 산업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원전 해체 작업이 이뤄진다. 단순히 수명이 다한 시설을 철거하는 것을 넘어 100종에 달하는 국산 기술을 처음으로 실전 무대에서 검증해 전 세계 수백기, 500조 원에 달하는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할 교두보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서울 중구 원안위 대회의실에서 제216회 회의를 개최하고 고리 1호기 해체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고리 1호기 해체를 진행할 한국수력원자력이 필요한 기술력을 갖췄고 계획이 법적 기준을 충족하며 해체 과정에서 발생할 방사선 피폭량이 기준치를 넘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원전 해체는 설계수명이 다해 가동을 멈춘 원전을 안전하고 철거하고 방폐물을 제거해 해당 부지를 산업단지나 녹지 같은 일반적인 용도로 되돌리는 과정이다. 해체 시 발생 우려가 있는 방사선 노출 사고를 원천 차단하면서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인 탓에 원전 해체에 나선 나라는 미국·프랑스·독일·스페인 4개국에 그친다. 4개국 중에서도 해체 완료 사례는 미국밖에 없다. 고리 1호기 해체에는 사업비 1조 713억 원과 기간 12년이 소요되고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기술 96종이 동원될 예정이다.

한수원은 2021년 고리 1호기 최종해체계획서를 원안위에 제출했고 올해 2월까지 총 5차례 358건의 질의·답변을 통해 심사를 거쳤다. 최종해체계획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2031년 원자로 내 사용후핵연료를 옮길 건식저장시설을 짓을 때까지 주요 시설의 제염 작업과 안전관리 등 사전준비를 진행한다. 2031년 사용후핵연료 반출 후부터 방사선이 없는 비(非)방사선 구역 철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한다.

한수원은 10년 뒤인 2035년에는 방사선 오염 구역을 철거하고 건물 잔해나 각종 자재 등 방폐물을 경주 중저준위 처분장으로 옮겨 처리한다. 12년 뒤인 2037년 원전 부지를 산업 부지로 복원하면 해체 작업이 완전히 끝난다. 또 원안위는 방사선 피폭량 등 안전성을 포함한 원전 해체 진행 상황을 반기별로 보고받아 감독한다. 방사선 피폭량은 지역 주민의 경우 통상적인 기준인 1mSv(밀리시버트), 현장 종사자의 경우 50mSv를 넘지 않아야 하며 해체 완료 후에는 0.1mSv 미만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원전 해체 필요성이 처음으로 인정되며 2050년 500조 원 규모를 이룰 전 세계 원전 해체 시장에도 한국이 선제적으로 진출할 기회가 생겼다는 기대가 나온다.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가 1972년 건설 허가를 받으며 원자력 산업이 시작된 지 53년 만에 원전 해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원전 해체 시장은 미국·프랑스 등 소수 국가가 독점해오던 시장”이라며 “세계 원전 대부분이 고리1호기와 같은 가압경수로여서 이번이 기술 축적의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전 해체 시장은 아직 대부분 국가가 제대로 진출하지 못한 블루오션인 만큼 방사성폐기물 처리 기술과 같은 한국만의 특장점 확보에 집중해 선점을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는 강조했다. 방폐물은 원전 내 방사선에 오염된 금속이나 콘크리트 같은 잔해물과 작업자 방호복, 장갑 같은 폐기물을 말한다. 그 양이 상당해서 고리 1호기 기준 전체 사업비의 4분의 1인 2467억 원이 방폐물 처분비로 쓰일 정도다. 제염제나 초음파, 플라즈마,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방폐물의 방사선을 안전한 수준까지 제거하는 기술이 방폐물 처리다.

한국은 마침 방폐물을 버릴 공간이 부족하고 주민 반대도 심해 이 같은 기술 니즈가 컸던 만큼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서도 특장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생각이다. 서범경 원자력연 원자력시설청정기술개발부장은 “미국은 방폐물을 사막에 묻을 수도 있어서 처리 기술이 거의 없는 반면 한국은 좁은 국토와 까다로운 주민 수용성 문제로 방폐물을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에 원전들이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며 “여전히 제대로 없앨 수 없는 방사선 핵종 ‘탄소14’ 처리 같은 신기술 개발이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원전 해체 작업을 진행하면 다양한 수준의 방폐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해체를 완료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관련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고리1호기 해체는 단순 설비 철거를 넘어 해체기술 내재화와 전문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조성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며 “한국이 원전 전 주기 관리체계를 갖춘 나라라는 평가를 받도록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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