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전체 교통사고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이 가해자인 경우가 2005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0%대를 넘어섰다.
29일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건수는 4만 236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3만 1072건과 비교해 36.4% 급증한 수치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 대비 고령운전자 사고 비율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2020년 20만 9654건에서 지난해 19만 6349건으로 줄었지만, 고령운전자가 낸 사고 비율은 14.8%에서 21.6%로 증가했다. 고령운전자 수 자체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 중 65세 이상 비율은 2015년 7.6%에서 지난해 14.9%로 증가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비율이 2050년에는 31.1%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운전자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노화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가 지목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올 경우, 고령운전자의 브레이크 반응속도는 평균 2.28초로 나타났다. 비고령자의 평균 반응속도인 1.20초보다 약 두 배 느린 수준이다. 이는 페달 오 조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페달 오 조작 사고를 분석한 결과 25.7%가 65세 이상 운전자였다. 지난해 9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비롯해 은평구 연서시장 사고, 강북구 햄버거 가게 돌진 사고 등도 모두 고령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아 발생한 사고로 조사됐다.
이에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경찰청은 관련 대안 중 하나로 오는 8월 고령운전자 800명을 대상으로 페달 오 조작 방지장치 지원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해당 장치는 차량 앞뒤의 센서와 카메라로 장애물을 인식해 운전자가 실수로 가속페달을 세게 밟더라도 급가속을 억제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다만 고령운전자의 면허 자진반납 참여율은 저조한 편이다. 서울의 경우 면허 반납 시 현금 등 지원액이 연 20만~50만원 수준에 그쳐 반납률이 3%대에 머무르고 있다. 야간이나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는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도 여전히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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