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더욱 강력해진 상법 개정안을 그대로 추진할 뜻을 재확인했다. 경영진을 상대로 한 무차별 배임 소송 우려를 받아들여 상법상 특별배임죄 폐지 등 사후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는 했지만 재계는 기업 우려가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민주당은 30일 6월 임시국회 중점 처리 법안으로 지정한 상법 개정안의 처리에 앞서 경제6단체(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경영자총협회·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기업 의견을 청취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상법이 개정되면 우리 주식시장이 다시 한번 뛰어오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경제계가 우려하는 문제가 발견된다면 얼마든지 제도를 수정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번에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올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안보다 더 강력한 조항이 담기게 된다. 기존 개정안에 있던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명문화, 전자투표제 도입에 더해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 의결권 3% 제한(3%룰) △집중투표제 강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이 추가로 추진된다.
기업의 우려에 민주당에서는 보완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간담회 후 김남근 민주당 원내민생부대표는 “재계가 우려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보완책으로는 상법상 특별배임죄 완화 또는 폐지가 언급된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고 형법상 배임죄와 충돌한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당장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상법에서 특별배임죄 항목을 없애는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이를 포함한 보완책은 개정안에 내용을 담지 않고 제도 시행 후 사후 보완하는 방식이 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7월 1일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안을 상정한 뒤 법안 소위에서 최종적인 내용을 조율한 뒤 3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계획이다. 같은 날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목표다.
경제계는 실질적 보완 없이 개정 상법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3%룰이 시행되면 중소·중견기업이 경영권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여당에 전달했다. 또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에게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경영진에 대한 배임 소송이 급증할 수 있다고 호소했지만 즉각적인 개정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고 외국 투기 자본에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지만 사실상 답은 정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배임죄 완화와 관련해서도 “배임 소송은 종합적인 우려에 대한 하나의 사례로 언급한 것”이라며 “상법상 배임죄를 완화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여당의) 반응은 당황스럽다”고 했다.
상법 개정안 처리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야당도 ‘전향적 검토’에 나서기로 했다. 다수 여당인 민주당의 독자 처리가 불 보듯 한 상황에서 무작정 반대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상법 개정의 경우 시장 신뢰 회복과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특히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실질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세제 개혁도 패키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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