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전국 대학 경영·경제학과 교수 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30일 공개한 결과 응답자의 79.6%가 새 정부에 바라는 고용·노동 정책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장 활성화’를 꼽았다. 세부 과제로는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27.2%),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 지원(20.9%), 고용 경직성 완화(17.5%) 등이 지목됐다. 반면 기업에 부정적인 법안으로는 근로시간 단축(31.1%)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28.2%)이 1·2위를 기록했고, 정년 연장도 13.1%에 달했다.
새 정부가 노동계의 입장을 주로 반영한 정책을 강행한다면 경제 살리기의 주체인 기업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주당 근무시간이 현행 최대 52시간에서 더 단축되면 치열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어렵다. 노사 갈등과 불법 파업을 조장할 수 있는 노란봉투법은 기업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정부 들어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인사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노동계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노조의 요구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 교섭에서 주4.5일제 도입, 정년 연장, 통상임금 위로금 2000만 원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 하청업체 노조는 원청인 삼성전자와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내수·수출 동반 부진으로 가뜩이나 경영 여건이 어려운 와중에 강성 노조의 과도한 요구는 기업 생존마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경영 악화로 일자리가 사라지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근로자들이다. 노조가 일자리를 지키려면 과도한 요구를 접고 노사 대타협으로 공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당정은 노조 편향 논란이 없도록 기업 입장도 충분히 경청해 노란봉투법 등 노동 관련 법을 보완해 추진하고 노동시장 유연화에 초점을 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노사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노조 회계공시를 유지하고 고용 세습 등 노조의 위법 행위를 근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약속한 ‘기업 발전과 노동 존중 양립’을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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