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 여파가 늦어도 8월 경제 지표부터 가시화된 후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전망했다. 한은은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은 올 하반기 정점을 찍지만, 소비 둔화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관측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30일(현지시간) ‘2025년 미국경제 동향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미국 경제에 관세 인상의 영향이 점차 나타나면서 올해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3%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집계에 따르면 현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근원PCE 전망치는 3.1%이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3.5%, 56곳 월가 투자은행(IB)의 전망치 중간값은 3.0%다.
한은은 올해 5월 물가 지표까지는 관세 정책 시행 전 기업이 확보해뒀던 재고가 수입 가격 급등을 완충하면서 물가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과거 관세 발효 후 2~4개월 뒤 물가 지표에 정책 효과가 나타났던 점을 고려하면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효과가 8월 지표에는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관측이다.
다만 한은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기 보다 1회에 그친다는 전망이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월가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내년에는 다시 2% 대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는 경제 둔화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주요기관들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1.5% 안팎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기업투자가 하반기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소비 둔화세도 나타날 것으로 보이면서다. 개인 소비 지출의 경우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 품목 관세 등의 여파로 서비스 부문보다 자동차, 대형가전 등 내구재 상품을 중심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뉴욕사무소 관계자는 “관세의 물가 여파는 2025년 하반기에 집중되고 2026년 1분기에 대부분 소멸된다는 것이 현재 월가 기관들의 기본 전망”이라며 “반면 소비 둔화에 미치는 영향은 지연 효과가 있어 2026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집계한 월가 기관들의 연준의 금리 정책 전망은 대체로 올해는 신중한 행보를 보인 후 내년 부터 인하 속도를 높인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주요 IB 10곳 가운데 바클레이스와 골드만삭스, JP모건, 노무라, 도이체방크 등 5개사가 연내 25bp(1bp=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는 연내 기준금리 동결을 각각 예상했다. TD뱅크 연내 50bp(2회) 인하를, 씨티와 웰스파고는 75bp(3회) 인하를 전망했다. 연준의 전망은 올해 2회 인하다.
반면 기관들은 내년 금리 인하 폭은 연준이 전망한 것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내년 미국 기준금리가 3.5~3.75%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으나 10곳의 IB 중 6곳이 그 이하가 될 것으로 봤다.
이같은 경제 전망은 미국의 상화관세율이 유예되고 있는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이뤄졌다. 한은에 따르면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 발표한 관세율이 90일간 유예되면서 미국의 실효관세율은 현재 13~15% 수준이다. 만약 최초 발표된 상호 관세 수준으로 복귀하면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25%를 상회하게 된다. 한은 뉴욕사무소 관계자는 “관세 협상이 난항을 빚을 수록 기업 투자가 부진해지고, 동시에 관세율이 지금보다 높아지면 현재 40%인 침체 확률도 더 커질 것”이라며 “특히 상대국의 보복 관세가 가시화한다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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