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목표로 내건 잠재성장률 3%를 달성하려면 기업 자금 조달에 민간 금융 자본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풍부한 자본이 첨단 산업 육성에 흘러갈 수 있도록 산업과 금융 간 칸막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글로벌 자본 경쟁 시대의 민간 자금 조달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잠재성장률 3%를 달성하려면 자본 투입의 성장 기여도가 최소 1.5% 이상은 유지돼야 한다"며 "매년 전년 대비 '75조원+α'씩 추가 자본 투자를 늘려야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속적인 정부 지출 부담 심화와 첨단 산업 경쟁으로 인한 신산업 투자 수요가 급증하는 실정을 고려하면 이러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재정의 한계를 민간 자본으로 메꿔야 한다는 얘기인데,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기능 강화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의 조속한 입법화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CVC는 모기업의 노하우와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혁신기업에 자본을 공급하고 동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외부출자(펀드결성액의 40%)와 해외투자(총자산의 20%), 부채비율(200%) 등 엄격한 규제로 활성화가 더딘 편이다. 지난해 14개사가 2451억 원을 투자했지만 전체 벤처캐피탈(VC)투자(10조9000억원)의 2.2%에 그쳤다. BDC는 자산의 일정비율 이상을 비상장벤처회사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한 상장펀드로, 도입될 경우 일반투자자도 비교적 쉽게 비상장사 투자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황 연구원은 "산업과 금융의 연결 고리가 되는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시장 기능을 활성화해 막힌 자금 흐름을 구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진열 부산대 교수는 "지금은 초대규모 자본 조달 경쟁 속 기업 생존을 위해 산업과 금융 간 상호 투자를 확대해야 할 시점"이라며 "우리나라는 과도한 규제가 첨단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아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지주회사에 대한 산업-금융 간 칸막이 규제는 수신 기능이 있는 은행업뿐 아니라 모든 금융업에 적용되는 점이 문제"라며 일반 지주회사에 시스템 리스크가 낮은 자산운용사(집합투자업) 소유는 허용해달라고 제안했다. 주 교수는 또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회사 대상 5~15% 소유 제한을 완화하고, 현재 열거된 것만 할 수 있는 출자 가능 업종과 부수 업무 범위를 원칙 허용하되 규정된 것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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