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인간이 동물이나 식물로 변하는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장자(莊子, BC369~BC286, 본명은 장주)는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입니다. 그가 어느 날 꿈을 꿉니다. ‘내가 꿈에 나비가 되어 펄럭펄럭 날았는데 유유자적하여 내가 장주인 것을 몰랐다. 그러나 잠에서 깨니 내가 장주인 것을 알자 혼란스러웠다. 나와 나비 사이에는 반드시 구분이 있건만 내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 내가 되었는지 지금 알수가 없구나.’
중국의 충장세자(忠莊世子) 역시 꿈속에서 자신이 물고기가 되었다가 다시 새로 변하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꿈은 과거의 현상만은 아니며, 현대인에게도 발생합니다. 저명한 수면학자 월리엄 디멘트 교수는 자신의 2살도 안된 딸이 꿈에서 깨어나서 ‘아빠, 내가 꽃이었어요’라고 말했다고 전합니다.
이들 꿈에서는 사람이 나비, 물고기, 새나 혹은 꽃으로 변하여 등장합니다. 이같은 현상을 사람이 물화(物化, metamorphosis)되었다고 합니다. 장자나 충장세자는 자신의 삶이 보다 여유있고 자유스러우며, 편안하게 살고 싶은 마음의 일부가 드러난 것입니다. 디멘트 교수의 어린딸은 꽃처럼 예쁘고 사랑을 받고 싶은 심정이 꿈으로 재현된 것입니다. 이같이 꿈에서는 사람이 동물이나 식물 등으로 표상되기도 합니다. 즉, 이들 꿈에서는 꿈 꾼이의 인격의 일부 특성이 꿈으로 투사(projection)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이들 꿈을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창시자인 펄츠의 방식으로 해석하면, 자신의 심리적인 감정의 일부가 나비, 물고기나 새 등으로 투사된 것입니다. 이들은 해석을 통하여 현실에서 동물처럼 자유롭게 행동하여 체험해 보고 싶은 감정들이 자신의 내면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와는 반대로, 꿈꾼이의 내면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는 경우에 투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물화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트라우마 꿈에서 가해자인 타인은 위협적인 동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꿈에서 젊은 남성에게 위협과 성폭행을 당했던 여성은 그 남성이 ‘뱀으로 변하더니 그녀의 목을 조르는’ 꿈을 꿉니다. 내가 심리상담을 했던 어느 젊은 여성은 꿈에 뱀이 자신을 쫓아와서 도망가다가 절벽까지 몰립니다. 무서운 뱀이 자신을 공격하는 모습에 크게 놀라서 잠에서 깨어납니다. 자유연상을 통해서 그녀의 억압(repression)되었던 감정이 표출되었는데, 그 뱀은 현실에서 그녀를 괴롭히던 자신과 아주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어린시절 왕따를 당해 심리적인 고통으로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던 20대 청년은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많은 꿈을 꾸는데 심리상담 중반에 다음과 같은 꿈을 꿉니다.
‘나는 들판에 어떤 사람들과 함께 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사람이 괴물로 변한다. 나는 괴물에게 욕하고 소리치고 싸우다가 도망을 간다.’
2년간의 치유를 받으면서 우울증에서 거의 회복될 무렵에 온전한 자기를 찾는 꿈을 꿉니다.
‘초원에 버섯집이 있다. 버섯 집 문 앞에 화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버섯 집 옆에는 풀밭이 있는데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그는 자유연상(free association)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이해합니다. 꿈에서 화가는 이제는 자신의 마음을 자유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그 자신이며, 풀밭에 뛰어노는 아이들은 자유를 찾게 된 자신의 내면의 아이라고 받아들입니다.
현대 신경생리학에 의하면 꿈 꾸는 렘(REM)수면 동안에는 현실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등 지휘부 역할을 하는 뇌의 전두엽은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꿈에서는 날기도 하고, 동물이나 식물로 전환이 가능하게 됩니다.
꿈 해석에서 새로운 통찰력을 주었던 프리츠 펄스(Fritz Perls·1893~1970)는 독일출생의 유대계 정신과 의사입니다. 그는 베를린에서 태어나서 성장하였으며 28세에 의학박사 학위를 받습니다. 1926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유명했던 신경정신의학자 골드슈타인(Goldstein)을 만나서, 전체로서 통합된 유기체 이론을 접하고 매우 감명을 받습니다.
1934년 그는 히틀러의 탄압을 피해 남아프리카로 갔는데 거기서 정신분석학회를 창립하기도 하였습니다. 1942년에 프로이트의 공격본능 이론을 비판하는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여 ‘자아, 배고픔, 공격’이론 책을 펴고 프로이트 학파와 완전히 결별합니다. 1946년 미국으로 이주하였고, 1950년 ‘알아차림(awareness)'이라는 이론을 정립하는 한편, 처음으로 게슈탈트(Gestalt) 치료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고, 공저로 ‘게슈탈트 치료’라는 책을 펴냅니다.
펄츠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엉뚱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으며 매우 자극적인 쇼맨십으로 좌중을 압도하며 강렬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성격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다양하다. 매우 도전적이고 통찰력이 있으며 영감이 탁월한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하는 반면, 엉뚱하고 자기도취적이며 충동적인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꿈 해석과 관련해서, 펄스는 융과 마찬가지로 모든 꿈은 꿈꾸는 사람에게 꿈이 보내는 실존적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꿈꾸는 사람이 외부의 권위적 인물이 행하는 ‘해석’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 내면으로부터 그 메시지를 스스로 새롭게 발견할 때 그런 메시지의 존재를 더욱 분명히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꿈에 나오는 모든 요소들은 투사된 자기의 부분들이며, 이들은 이상적으로는 자기에 통합되고 수용될 수 있으며, 적어도 부분적으로라도 자기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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