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설정한 상호관세 유예기간 만료(8일)를 앞두고 우리 정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에 이어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을 미국으로 급파했다. 위 실장은 6일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한미 간 통상과 안보 관련 여러 현안에 대한 협의 국면이 중요한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어 관여를 늘리기 위해 방미하게 됐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일정 논의도 현안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을 찾은 여 본부장은 5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관세와 산업 협력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그는 “통상·안보 쪽이 힘을 합해 ‘올코트 프레싱’을 해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이 잇따라 미국을 찾은 것은 한미 양국의 경제·안보 현안을 둘러싸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상호관세율을 적시한 서한을 7일 12개국에 보낼 것이라면서 이 국가들에 적용할 상호관세율에 대해 “10~20%에서 60~70%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 대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국방비의 국내총생산(GDP) 5% 수준으로 상향 등도 요구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고관세 및 국방비 증액 압박은 우리 경제·안보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통상·안보가 얽힌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고 우리의 국익이 훼손되지 않게 하려면 한미 양국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여 본부장도 “관세와 산업·기술 협력 등을 다 묶어서 협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익을 지킬 수 있도록 정교한 전략으로 총력전을 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대규모 대미 투자가 일자리를 대거 창출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조선·원전·에너지·반도체 등 양국 협력 방안을 제시해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적정한 선에서 들어주면서 핵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도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외교 노선을 실천해 미국과의 신뢰를 쌓아가야 할 것이다. 또 더 늦지 않게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해 국익과 안보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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