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미국발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관세율이 낮은 동남아시아를 경유해 미국으로 보내는 물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으로의 직접 수출 대신 제3국을 거쳐 우회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인구조사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5월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50억 달러(약 20조 5000억 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반면 중국 공식 통계에서 5월 중국의 수출은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각각 15%, 12% 늘면서 대미(對美) 수출 감소분을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1차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도 목격됐던 현상이다. 당시 미국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급감했지만 베트남과 멕시코로부터의 수입은 증가했다. 중국 업체들이 미국에서 부과한 고율 관세를 피해 동남아의 다른 나라를 통한 ‘우회 수출’을 늘렸던 것으로 해석됐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5월 중국산 수출품 34억 달러(약 4조 6400억 원)어치가 베트남을 통해 미국에 수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1년 전보다 30%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인쇄회로, 전화기 부품, 평면 디스플레이 모듈 등 전자 부품 수출이 54%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를 통한 우회 수출도 많아졌다. 5월 인도네시아를 경유해 수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량은 8억 달러(약 1조 930억 원) 규모로, 1년 전보다 25%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최근 베트남과의 무역 협상에서 중국산 환적품에 40%의 고율 관세를 도입하는 등 원산지 세탁 차단에 팔을 걷어붙였다.
중국의 대EU 수출 급증을 놓고는 다른 해석이 나온다. 미국 우회 수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1~5월 EU의 중국산 의류·화학·기계류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늘었지만 과잉 물량이 미국으로 다시 수출되기보다 EU 안에서 소비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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