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올해 2분기에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8일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74조 원, 영업이익 4조 6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94%나 감소했으며 시장 전망치보다도 29.5% 낮았다. 첨단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로 판매가 줄어든 데다 재고 가치 하락을 충당금으로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어닝쇼크’ 수준으로 급감했다. LG전자도 미국의 관세 폭탄과 가전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로 2분기 영업이익이 63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57% 감소했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두 기업의 실적 충격은 개별 업체 차원을 넘어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삼성전자가 2분기를 바닥으로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여파로 나타났던 선주문 효과가 끝나면서 이제는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우리 수출 산업은 미국의 고관세와 중국과의 경쟁이라는 이중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철강·알루미늄 등의 파생 관세에 따른 제조원가 부담 증가와 중국 업체들의 가격 인하 공세는 우리 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뼈를 깎는 혁신과 초격차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려면 기술 혁신과 시장 다변화가 절실하다. 지금이라도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해 주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을 도입해야 한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주52시간 안에 충분히 생산성을 내는 기업도 있지만 분야별로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만큼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52시간제 완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6월 수출이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7개 지역에서 모두 증가세를 나타냈다는 점은 시장 다변화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기업들은 기술 혁신 등 경쟁력 제고로 관세 장벽을 돌파하고 정부와 국회는 과감한 기업 규제 혁파와 시장 다변화 지원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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