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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최대 도매시장' 몰려드는 트럭…AI가 동선 최적화 [파마겟돈이 온다]

■<3> 유통 혁신에 달린 농업 생존

유통비용 韓49% 日52%로 비슷

日, 시장 물류 효율화로 비용 낮춰

韓, 도매시장 경쟁 등 개선안 발표

유통비 낮출 실질적 대책은 모자라

도쿄 최대 도매시장인 오타시장에서 지난달 24일 경매가 완료된 과일들을 지게차가 옮기고 있다. 오타시장은 물류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기둥을 올려 2층 공간을 확보했다. 도쿄=박신원 기자




‘끼익 끼익, 삑삑삑’

지난달 24일 방문한 일본 최대 도매시장인 도쿄의 오타(大田)시장. 이곳에서는 사람 키 높이까지 쌓인 과일 상자들 사이로 분주하게 오가는 지게차들의 후진음과 타이어 마찰음이 정신없이 울려 퍼졌다. 면적이 38만 6000㎡에 달하는 오타시장에서는 도쿄 내 9개 농산물 도매시장 취급 물량의 55.6%, 하루 평균 3662톤이 거쳐간다.

일본판 가락시장인 이곳에서는 최근 물류 혁신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일본 내에서 ‘물류 2024년 문제’로 언급되고 있는 트럭 운전사의 노동시간 규제가 그 발단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트럭 운전사의 연속 운전 시간을 4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연장근무는 연간 960시간만 허용하는 초과근무 상한 규제를 시행했다. 농산물 물류의 96.5%를 트럭에 의존하는 일본의 상황을 감안하면 물류대란이 임박한 것이다. 운전사들이 운행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중간 경유지를 줄이고 대형 도매시장으로 몰려들자 오타시장도 쏟아지는 물량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오타시장의 한 관계자는 “전보다 도매시장에 들어오는 물류가 많아져 시장 전체가 공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오타시장은 인공지능(AI) 도입을 선택했다. 차량의 번호와 동선을 인지하는 AI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트럭의 체류 시간을 조사하고 동선을 파악해 차량의 체류 시간을 줄여 물류의 효율을 높였다. 또 트럭의 동선을 파악하는 내부 시스템을 운전기사들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약 20억 엔(약 188억 원)을 들여 경매장과 시장 내부를 복층화하는 공사도 진행해 전체 공간도 확대했다.



지난달 24일 일본 도쿄 오타시장의 2층 공간에서 지게차가 과일 상자를 옮기고 있다. 도쿄=박신원 기자


전문가들은 물류를 효율화해 비용을 낮추는 오타시장의 변신에서 한국도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집출하·도매·중도매·소매 등 긴 유통 과정을 거치며 단계별로 유통 마진이 붙는다. 농산물 구매 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인 ‘유통비용률’을 보면 한국은 2023년 기준 49.2%다. 과일 한 개의 소비자가격이 1만 원이라고 치면 그중 4920원은 물류비라는 의미다. 일본의 유통비용률은 2022년 51.5%로 한국과 유사하다.

한국과 일본의 유통비용률은 비슷하지만 소매 단계의 비중은 한국이 더 높다. 유통비용률 가운데 소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25.2%인 반면 일본은 19.9%다. 이로 인해 산지 가격이 크게 떨어져도 소매가는 덜 내려 소비자가격은 여전히 비싼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수박의 경우 폭염으로 인한 작황 부진 탓에 생산자가 가져가는 수취가액은 개당 1만 861원으로 전년 대비 15.3% 하락했다. 반면 소비자가격은 개당 1만 9962원으로 전년보다 9.1% 떨어지는 데 그쳤다.



물론 우리 정부도 다양한 유통 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도매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효율성을 개선하고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성화하는 등의 유통 구조 개선책을 발표했다. 다만 소매 단계의 유통비용 인하를 위한 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대기업이 유통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길고 복잡한 유통 단계에서 AI 도입 등의 혁신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과 교수는 “산지 조직화 등으로 물량을 확보해 유통 단계를 개선해야 농가 수입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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