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솔향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전국 1200여 곳의 금고 중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을 가장 많이 내준 금고다. 자산 규모는 200위권이지만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자금 대출은 2023·2024년 2년 연속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역시 지난달 말 기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출 잔액이 65억 5000만 원(209건)을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사실 정책 대출은 ‘일은 많고 돈은 안 되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강릉솔향금고는 지역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줘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소상공인 대출에 힘을 쏟아왔다. 전담 직원은 4명에 불과하지만 대출 신청 고객의 연령층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직원들이 고객 한 명 한 명의 서류 작성까지 돕는다. 꼼꼼한 지원과 높은 선정률로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소상공인 대출은 강릉솔향금고를 통해 신청해야 한다’는 입소문까지 퍼졌을 정도다.
심종인 강릉솔향금고 이사장은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책 대출을 해도 금고가 얻는 수익은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며 “지역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금리 부담을 덜 수 있다면 해당 상품을 적극 소개하고 지원 대상에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강릉은 관광도시답게 요식업과 숙박·관광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이 많은 지역이다. 지역 경제가 경기 변화에 민감한 까닭에 자금난 역시 빠르게 찾아온다. 심 이사장은 “항상 소상공인들의 수입·결제 지표 등을 통해 지역 경기의 흐름을 유심히 살펴본다”며 “강릉시 요식업협회, 소상공인 관련 협회 등과 긴밀히 협력하고 관내 약 2000개 업체에 홍보물을 전하는 등 정책 대출 정보를 적극 소개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영업보다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이라는 새마을금고의 기본에 충실하자는 심 이사장의 경영철학은 결과적으로 금고 실적에도 득이 됐다.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꾸준한 정책자금 대출 수요는 금고 운용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특히 적극적인 정책자금 대출 지원을 통해 쌓은 신뢰는 장기 고객 확보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강릉솔향금고는 법인 설립 인가 이후 40여 년간 흑자 경영을 하고 있으며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594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대다수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너 나 할 것 없이 뛰어들던 시기, PF 대출을 보수적으로 내줬던 것도 금고가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강릉솔향금고는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 1.8%, 순자본비율 7.8%로 안정적인 경영 지표를 유지하고 있다. 심 이사장은 “진짜 해야 될 대출을 하고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 우리 금고의 철학”이라며 “가계와 소상공인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솔향금고는 사회 공헌 사업 또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율곡지점에서는 지역민들을 위한 요가 교실을 운영해 회원 간 유대 관계 확대 및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으며 경로당 지원, 취약 계층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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