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전문가들은 서울경제신문이 16일 주최한 ‘머니트렌드 2025’에서 국내 증시의 강세 흐름이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조선·방산·원전과 함께 증권·바이오 등이 주도 업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전히 탄탄한 미국 증시도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사이버 보안, 우주·방산 등을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한국과 미국 시장 중 어느 한쪽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다.
민재기 KB증권 프라임클럽 부장은 ‘강세장 속 하반기 예상 주도 섹터’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상반기 국내 증시는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감으로 크게 올랐지만 하반기에는 실적 성장이 가능한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거나 수요에 비해 공급자가 제한된 산업군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부장이 강조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영향에서 비켜난 업종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초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기계(133%), 방산(103%), 증권(72%), 지주사 등 복합기업(71%)으로 대부분 관세와 무관하다. 관세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해당 업종에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것이 원전이다. 트럼프 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에 전력 인프라 구축이 필수기 때문이다. 노후화된 전력망과 폭염 등 기후변화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절실하지만 미국은 변압기 등 전력 설비를 자체 생산하기 어렵다. 이에 관세와 무관하게 한국 기업들의 수출 기회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방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대형주뿐 아니라 테마에 집중된 투자를 권유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드론 활용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안티드론’ 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업 역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발주 증가 등 구조적 요인을 감안할 경우 호황 사이클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봤다. 이 외에도 증시 활성화가 이뤄질수록 수익성이 개선되는 증권 업종,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공급 증가로 수혜가 예상되는 바이오 업종도 추천 목록에 포함했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도 ‘한국 증시 재평가의 시간이 온다’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원전을 주목했다. 염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2050년까지 원전 300기를 건설하겠다고 했는데 미국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한국수력원자력·두산에너빌리티·현대건설 등 한국 기업들이 팀을 짜서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미국 증시가 다시 한번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실물경기가 여전히 탄탄하고 기업들의 AI 관련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미국은 글로벌 자원이 집중돼 투자 선택의 폭이 넓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이 활발해 기업가치 밸류업이 완성된 곳”이라며 “한국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은 미국 시장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미국 증시에서 주목할 만한 업종으로는 기업간거래(B2B) 소프트웨어, 사이버 보안, 반도체, 우주·방산, 소비재, 로봇, 에너지 등을 추천했다. 그동안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기업을 중심으로 상용화가 진행되는 만큼 서비스나우·앱플로빈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이버 보안 위협이 커지는 만큼 탈로알토·지스케일러 등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이날 전문가들은 코스피 5000 달성보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7000 돌파 가능성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코스피(3186.38)가 5000을 달성하려면 57.8%가 상승해야 하지만 S&P500(6243.76)은 12.1%만 오르면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만큼 강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염 이사는 “시장이 많이 오르면 무너질까 걱정을 많이 하는데 증시 재평가랑 유동성, 주식 수 감소만 보면 쉽게 꺾일 수 없다”면서 코스피의 상승 사이클이 계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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