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의 '사주팔자 맹신' 분위기에 13년째 혼인신고를 못하고 있는 '사실혼 부부의 사연이 공개됐다. 사연을 접한 변호사는 "사실혼 관계에서는 이혼신고가 따로 필요 없으며,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법률혼에 준해서 보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13년째 혼인신고를 못하고 있는 여성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시할머니께서 사주팔자를 맹신하시는데 우리 궁합이 안 좋다며 혼인신고를 못 하게 하셨다. 그래도 아이 둘 낳아서 잘 살아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남편은 밖에선 성실하고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집에선 완전히 달랐다. 아이들 보는 앞에서도 저를 모욕하고 비난하는 말들을 서슴없이 했다"면서 "심지어 가정폭력도 있었다. 뺨을 맞는 건 흔한 일이었고 몇 번은 목숨에 위협을 느끼면서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다. 그때마다 남편은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고 빌었고, 아이들을 생각해 13년을 버텼다"고 털어놨다.
A씨가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남편이 자신을 때리는 모습을 본 12살 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부터다. 남편은 사과하기는커녕 "처벌받고 말지 너랑은 못 살겠다"면서 A씨를 쫓아냈다. A씨는 현재 2주째 갈 곳도 없이 떠돌고 있다. 남편은 아이들에게도 "엄마랑 연락하면 너희도 맞는다"라고 협박하면서 A씨 연락을 차단했고, 밥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
A씨는 "지난 세월을 참고 인내하며 가정을 지켜왔는데 이렇게 끝내고 싶진 않다"며 "무엇보다 집에 있는 아이들이 너무 걱정된다. 이대로 모든 걸 포기해야 하는 거냐"고 변호사의 조언을 구했다.
◇변호사 “사실혼도 위자료·재산분할 가능”
류현주 변호사는 A씨의 사연에 대해 "사실혼은 혼인의 실질은 갖추고 있되 법적으로 혼인신고가 안 된 것이다. 애초에 혼인신고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헤어질 때도 이혼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며 "사실혼은 부부 중 일방이 사실혼 해소 의사를 표시한 때에 해지된다고 본다. 남편의 의사표시를 사실혼 해소 의사표시라고 한다면, 그 시점에 혼인 관계가 끝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류 변호사는 몇 해 전 A씨의 사연과 유사한 사건을 처리한 적이 있다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당시 가정폭력법상 피해아동보호명령 및 임시보호명령 제도를 통해 남편이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다는 점을 소명해 남편이 주거지에서 퇴거하고 100m 이내에 접근을 금지할 것을 명하는 법원의 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이혼 사건에서 의뢰인을 아이들의 임시양육자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고 소송 기간 의뢰인이 다시 집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보살필 수 있었다. A씨도 이런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남편이 아이들을 방임하고 아동학대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위 예시 사연에서는 아이가 용감하게 아빠 행동을 채집해 엄마에게 전송했다"고 덧붙였다.
또 "사실혼도 법률혼에 준해서 여러 가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사실혼 해소 시에는 이혼할 때와 마찬가지로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다"면서 "A씨는 가정폭력 피해자이니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13년간 혼인 생활을 하며 두 아이를 낳고 양육했기 때문에 적절한 재산분할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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