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버텼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동구 소태동에서 자동차공업사를 운영하는 최승일씨는 도심을 덮친 극한 호우 현장에서 한 생명을 살렸다.
지난 17일 오후 5시께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근 하천 둑이 무너졌고 최씨의 가게 앞은 금방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최씨는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들과 모래주머니를 쌓고 있었다. 그러던 중 멀리서 이상한 물살의 움직임을 발견했다. 한 할아버지가 빗물에 휩쓸려 떠내려왔다가 맨홀 구멍에 두 다리가 빠진 채 물살에 갇혀있었다.
최씨는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거친 물살을 헤치고 다가가 할아버지를 빼내 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최씨는 “(할아버지의) 몸을 빼려고 해도 다리가 아스콘 같은 것에 걸려있어 도무지 빠지질 않았고 무엇보다 얼굴까지 물에 잠기고 있어서 숨을 제대로 못 쉬고 있었다”며 “먼저 숨이라도 쉬게끔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최씨의 눈에 나무판자가 들어왔고, 근처에 있던 직원들에게 가져와 달라고 외쳤다. 최씨와 직원들은 나무판자로 물길을 잠시 막아 할아버지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최씨와 직원들은 도구를 이용해 할아버지를 구조 중이었는데 차 한 대가 빗물을 타고 다가왔다. 차량에 부딪혀 위험할뻔 했지만 직원들이 온 힘을 다해 차량을 멈춰 세우면서 구조 작업이 계속 이어졌다.
최씨는 “공업사도 운영하고 있고 운동도 좋아해서 힘이 좋은 편인데도 당시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웠다. 차량이 떠내려올 때는 ‘내가 이러다 같이 죽는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할아버지를 놓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며 “어르신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버텼다”고 말했다.
중간중간 힘이 빠지고 온갖 밀려오는 쓰레기나 타이어에 팔이 부딪히면서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20여분간의 사투 끝에 할아버지를 구출했다.
최씨와 직원들은 할아버지를 공업사 사무실로 데려가 안정을 찾게 한 뒤 신고 받고 도착한 119 구급대에 넘겼다. 다음날 구조된 할아버지의 가족이 공업사를 직접 찾아와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최씨는 “할아버지가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다. 가족들한테서 감사 인사를 받을 때 왠지 쑥스럽게 느껴졌다”며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났어도 똑같이 물속으로 뛰어들었을 것 같다. 무모하게 나선 것 같았는데 함께 구조를 도와준 직원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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