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관광청 성공 사례를 나열한 후) 한국 역시 관광을 미래의 주축 성장동력으로 인식한다면 관광 발전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281쪽)”, “하나의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장기적인 안목의 견지, 민간이 할 수 없는 문제의 해결,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목표 조율, 민간에 맡겨서는 진공에 빠질 수 있는 주요 영역에 대한 노력과 투자 집중이다.(334쪽).”
여행플랫폼인 놀유니버스 최휘영 전 대표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지정 이후 그의 향후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 후보자가 지난해 8월 펴낸 책 ‘대한민국 관광대국의 길-관광은 반도체 산업 이후의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책은 최 후보자를 비롯해 당시 장수청 미국 퍼듀대 호텔관광대 교수,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 이수진 야놀자 대표, 배보찬 야놀자 플랫품 부문 대표(현 놀유니버스 대표) 등 9명이 공저로 출간했다.
책 내용에 대한 각 저자별 구분이 돼 있지는 않지만 공저자로 등록했다는 것은 최 후보자도 동의했다는 의미일 듯하다. 책은 대략 야놀자 그룹의 주의주장으로 볼 수 있다. 내용으로는 주로 인바운드 관광시장 확대(외래 관광객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 필요성을 담고 있다.
우선 맨 앞에 언급돼 있는 내용에서 최 후보자는 ‘관광 발전의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일본의 사례를 주로 든 것을 가정하면 ‘관광청’의 신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바로 뒤에 언급돼 있는 것처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목표 조율’이 쉽지 않다는 것도 시사하고 있다.
국내에서 관광 전담 부처로 ‘관광청’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전에도 논의가 있었다.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차관을 주로 문화예술계와 체육계에서 나눠서 맡아왔다는 점에서 일종의 소외된 관광업계에서 차선책으로 ‘관광청’ 독립 주장을 해왔었다. 물론 새로운 부처 증설에 대한 부담과 함께 실제 관광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라는 ‘부’가 관광청 ‘청’보다 낫다는 주장 등을 이유로 도입은 안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사상 처음으로 관광업계(플랫폼) 출신이 문체부 장관이 된다는 점, 그리고 그 후보자가 관광청 또는 그와 유사한 조직이 도입이 필요하다고 앞서 책을 통해 ‘박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최 후보자가 지론을 밀고 갈 수 있을까.
최휘영 후보자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일단 문화예술계는 떨떠름하다. 그동안 문체부 장관은 문화 혹은 예술계 출신이 거의 독차지했다는 과거사에서 그렇다. 적어도 문체부의 주력은 문화예술이라고 여겨왔는데 이것이 이번에 깨졌다는 것이다. (체육계와 관련해서는 이 분야 출신 장관은 원래 없었고 대략 제2 차관이 주로 체육 관련 출신이었기 때문에 파장은 덜하다.)
더 큰 우려는 관광업계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정통 관광업계는 아닌 오히려 정보기술(IT) 전문가라는 점에서 나온다. 네이버나 야놀자 등을 거친 플랫폼 전문가가 지극히 복잡다기하기로 소문난 문화, 예술, 체육, 관광, 종교, 국정홍보 등의 분야를 조율할 수 있느냐는 어려움이다. (문체부 장관은 대한민국 정부 대변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관광대국의 길’ 저서에서 저자(그리고 나머지 공저자들)은 다양한 주장을 했다. 예를 들면 국내 관광업계에서 구글맵 사사용 불허로 ‘ICT(정보통신기술) 갈라파고스 현상’이 생기고 있는데 이것을 풀어야 한다는 것을 포함해서 공유차량 우버 및 공유숙박 불허 해소, 5만 명 이상의 공연장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글맵(지도)의 국내 사용 허용은 미국이 2007년부터 해온 요구 사항이다. 구글맵을 완전허용하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국내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한 남북 대치상황에서 국방 담당 부처에서는 구글맵 내용에 대해 일정 정도 ‘손보기’를 요구했고 구글은 이를 거부, 완전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문체부만으로 허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책에 따르면 최 후보자가 장관 취임후 허용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문체부에서 몰라서 안 한 것은 아니다. 할 수 있게 상황이 바뀐 것도 아니다. 플랫폼 출신 장관이 나온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국방 상황이 바뀔 것 같지도 않다.
기존 공유숙박 제한에 대해서도 책에서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지만 이의 허용은 국내 호텔업계에서 강력히 반대하는 중이다. 책에서도 공유숙박 논란이 “지역주민들과의 갈등, 숙박업 규제 준수 문제, 세금 문제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력과 소통이 필요하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규제와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또 5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K팝 공연장 건축은 문체부도 이미 여러 번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예산 문제로 여전히 표류 중이다.
그나마 국내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관광’의 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어쨌거나 추진이 될 듯하다. 국내에서 관광 산업은 ‘관광진흥법’에 기반을 하고 있다. 그런데 관광진흥법은 겨우 7개(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객이용시설업, 국제회의업, 카지노업, 테마파크업, 관광편의시설업) 분야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제한된 규정에 따라 국내 관광산업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2.8%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관광기구가 평균 낸 전세계 GDP 기여도 10.4%보다는 훨씬 작은 것이다. 즉 관광진흥법에는 항공사·철도 등 교통, 면세점 등 유통, 제조업, 그리고 여행플랫폼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최 후보자의 직전 직장인 놀유니버스도 당연히 관광진흥법 대상이 아니다. 즉 플랫폼들의 ‘관광산업’ 포함을 위해서도 관광진흥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다만 여기에도 국토교통부나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최 후보자는 지난 7월 14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있는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사무실로 첫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점검하고 해야 할 일들을 찾고 또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국내 관광산업 및 문화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킬 플랫폼 전문가라는 자신감에 더해,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조율’이라는 정치력이 최휘영 후보자 앞에 놓인 중대한 시험대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14일에 이어 다시 최 후보자의 공식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이벤트인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29일 열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