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려운 탓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도 많은 담관암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의료진이 개발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이경주·박세우 소화기내과 교수와 허종욱 한림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이 AI와 3차원 광회절단층촬영(3D ODT)을 결합한 담관암 진단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담관암은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 기준 전체 암의 2.8%를 차지하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진행 속도가 빠르고 5년 생존율이 29%에 불과할 만큼 예후도 나빠서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이 담관암 환자 생존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암세포 특징 중 하나인 세포 내 ‘지질 방울(Lipid Droplets)’의 대사적 변화에 주목, 이를 정량화하기 위한 3D ODT 영상 기술 등을 이용해 암세포 자동 분류 모델을 개발했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 지질 방울의 부피, 밀도, 분포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를 위해 담관암 세포주(SNU1196, SNU308, SNU478) 및 정상 담관세포(H69)를 활용했으며, 약 9만장 이상의 세포 이미지를 학습시켰다. 별도로 조직을 염색하는 작업 없이도 AI 기반으로 미리 구한 세포 영상만으로 암세포를 실시간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단일이미지 분석 기반 정확도는 93.8%였고, 지질 방울의 정보를 포함한 다중모델 학습 정확도는 97.9%에 달했다. 최종적으로 다각도 영상 융합기법을 적용한 최종 모델의 진단 정확도는 98.6%에 이르렀다.
이 교수는 “지질 방울은 암세포 내에서 에너지 저장, 세포막 합성, 스트레스 반응 등에 관여하는 주요 대사 인자로, 암의 침습성이나 약물 내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이번 기술은 암세포의 대사적 특징을 반영한 정밀 진단 플랫폼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개발한 진단법은 3D ODT를 통해 세포 내 지질 방울을 시각화할 수 있었고, 이후 AI를 통해 고차원 영상에서 복잡한 지질 방울의 특징을 자동으로 추출해 진단 정확도를 높였다”며 “기존 병리진단은 조직 채취 후 염색 및 판독에 수일이 소요되지만, 이 진단법은 AI가 염색 없이도 세포 수준에서 암세포를 실시간으로 식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E급 국제 학술지 ‘Methods’ 6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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