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 A씨가 사제 총기로 아들을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전 부인에 대한 복수심이 범행 동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윤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같은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며 “범죄 심리학의 ‘스파우즐 리벤지 필리사이드(spousal revenge filicide)’, 즉 배우자에 대한 복수 감정으로 자녀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나 남편으로서 20년 동안 경제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하는데 굉장히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들은 바로 전 부인이 이룬 사회적 경제적 성공의 상징적인 계승자”라고 분석하며 “남편의 입장에서 무력감이나 열등감, 분노, 질투를 느끼고 좌절감에 의한 복수심의 발로가 아닌가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의 범행은 즉흥적인 충동이 아니라 치밀하게 짜인 시나리오에 가깝다고도 봤다. 오 교수는 “마치 연극처럼 자신의 생일날 아들이 자기를 초대한 상황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에 극적인 방법을 통해 세상에 표출했다”며 “전 부인이 가장 아끼는 아들을 상실한 고통을 주기 위한 의도가 심리적 배경에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그는 “A 씨가 술을 마시지도 않았고 마약 한 적도, 정신병 경력도 없다. 이번 경우는 치밀하게 계산된 계획범죄”라고 판단했다.
범행 대상이 성인이 된 자녀였다는 점도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오 교수는 “이게 세계적으로 드문 케이스”라면서 “어린아이를 살해한 케이스는 있지만 장성한 아이를 손주나 며느리 앞에서 살해한 케이스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달 20일 오후 9시 31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 B(34) 씨를 살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불법 총기 및 폭발물 소지 혐의도 적용됐다.
당시 A씨는 자신의 생일을 맞아 B 씨가 마련한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받아 B 씨 부부, 그리고 아홉 살·다섯 살인 손주들과 함께 있었다. 그러다 “잠깐 외출하겠다”고 말한 뒤 차량에 있던 사제 총기를 들고 돌아와 B 씨를 향해 두 발, 출입문을 향해 한 발을 발사했다. 이 중 두 발이 B 씨의 몸에 명중했고 B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목숨을 잃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