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의 여론을 달랬고 정권 초반 국정 동력 상실도 막았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하자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이같이 요약했다. 안도와 우려가 교차하는 평가다. 정권 출범 50일 만에 인사 악재가 이어지면서 초반부터 국정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벗어났다는 안도와 한편으로는 인사 검증 부실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잠복해 있다는 것이다. 강 후보자는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25년 동안 현역 의원 불패를 끊고 최초로 낙마한 사례가 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강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오후 2시 30분께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사퇴 의사를 밝히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자신 사퇴 의사를 대통령실에 전한 뒤 1시간 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진 사퇴 사실을 알렸다. 강 비서실장의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은 별 말이 없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하루 전날까지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의 꿈쩍하지 않던 임명 강행 기류는 이날 갑자기 변화하기 시작했다. 갑질 논란이 터졌을 초기부터 여당에서 처음으로 강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제기했던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께서 결자해지 심정으로 직접 나서서 의혹에 대해 소명하고 진심 어린 반성을 보여 국민께 받아달라고 하는 기회를 갖는 게 어떤가”라며 “절대다수의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일부 인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게 사실”이라며 “여당 지도부로서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전날 “일반 직장 내 갑질과 보좌진·의원 관계의 갑질은 성격이 다르다”는 발언에 오해가 있었다며 “갑질이 당연하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상황 변화의 결정타는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의원의 SNS였다. 박 의원은 “강 후보자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박 의원의 결단 메시지 10여 분 뒤에 강 후보자도 “대통령님과 민주당에 부담을 지어드렸다”며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고 자진 사퇴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황을 두고 이른바 ‘명심’이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당 대표 박찬대였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론 동향에 민감한 이 대통령이 갈수록 악화하는 강 후보자 인선 문제를 끊고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밀접 관계인 박 의원을 대통령 신분으로 대놓고 지지할 수는 없지만 간접적 지원이 될 수밖에 없는 양수겸장 행보”라고 평가했다.
이날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여당은 “결단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야당은 “만시지탄”이라며 인사 검증 부실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실제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고 계엄 옹호를 주장했던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이 사퇴한 데다 강 후보자 역시 자진 사퇴하면서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임명된 지 한 달여밖에 되지 않은 송기호 국정상황실장이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으로 이동하면서 ‘초기 인사가 부실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강 대변인은 “국민 눈높이 맞는 후보자를 찾기 위해 보다 철저한 노력과 인사 검증의 조속함·엄정함을 좀 더 갖추겠다”고 말했다. 하루 전 “인사 검증 시스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 것과 달리 몸을 낮췄지만 대통령실의 구조적 문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최고위원도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다 보니 인사 검증 시스템 등에서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차제에 인사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회는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이에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 중 청문보고서가 여야 합의로 채택된 것은 9명으로 늘었다. 두 후보자를 포함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조현 외교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윤호중 행정안전부, 김성환 환경부,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임광현 국세청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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