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권 최대 노후 아파트 밀집지역인 상계·중계 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 심의가 늦어지면서 약 8만 가구 재건축 사업의 발이 묶였다. 재정비안이 주민 반발에 부딪히면서 교통영향평가를 비롯한 심의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로 예상됐던 상계·중계 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안 심의 및 결정고시 시점이 하반기 이후로 연기됐다. 서울시와 노원구가 2024년 11월 교통영향평가를 완료한 뒤 12월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및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1년 가까이 미뤄지게 된 것이다.
상계·중계 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은 상계・중계・하계동 일원 5.622㎢에 적용되는 재정비 계획이다. 상계(1·2단계) 택지(상계동 노원·마들역 주변) 2.633㎢, 중계 택지(중계·하계·공릉동 일원) 1.557㎢, 중계2 택지(중계·하계동 일원) 1.432㎢ 등이 포함된다. 지구단위계획은 건축물 용도·높이 등 아파트에 적용되는 기준을 제시하고 지구 내 노후 공동주택의 정비사업 밑그림을 그린다.
상계·중계 택지개발사업은 1984년 계획 수립 후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추진됐다. 준공 후 30년이 경과한 대단지 재건축 시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도래하면서 도시를 발전시키고 재건축 정비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필요성이 커졌다. 2024년 6월 기준으로 지구 내 단지 87.3%가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겼고, 재건축 추진 단지가 공동주택 55개 중 32개에 달했다.
서울시는 2023년 4월부터 상계·중계 택지개발지구 재정비 용역에 착수한 뒤 지난해 6월부터 7월까지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열람 공고했다. 시는 노원역·마들역·하계역 등 지하철역 승강장 반경 250m 이내 지역을 복합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용도를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고, 용적률과 층수를 각각 400%와 60층(180m)까지 높이는 구상을 공개했다. 역세권 고밀복합개발을 유도해 기존 7만 5900가구에서 10만 1900가구 규모로 사업성을 높일 구상이었다.
하지만 변경안을 놓고 잡음이 일면서 심의 단계에서 발이 묶였다. 용적률 혜택이 부여되는 복합정비구역에 포함되지 못한 단지에서 불만이 나왔고, 교통량 분산 방안을 놓고도 갈등이 빚어졌다. 동일로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13m 폭의 남북도로를 신설할 경우 상계주공 10단지가 두 개로 쪼개져 주거지역이 단절되고 어린이 통학 위험이 커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변경안이 수정을 거듭하면서 교통영향평가 등 심의 단계에서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노원구청의 한 관계자는 “교통영향평가를 받기까지 시일이 걸리면서 재정비안 심의와 고시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의 일정이 늦어지면서 노원구 일대 신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용적률이 높고 소형 가구가 많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복합정비구역 지정을 통한 용적률 완화 혜택을 부여했지만, 사업이 늦어질수록 공사비가 급등하고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 분석 결과 지난달 6일 기준 노원구의 30년 초과 노후 공동주택 가구 비율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위(64%)를 기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반기 안에는 심의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상계·하계 택지개발지구 재정비가 주춤하는 사이 강남과 한강변 택지개발지구는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1990년대 중반 1만 6000가구 규모로 조성된 강남구 수서택지개발지구의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은 지난해 11월 열람공고를 거쳐 6개월 만에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상계·중계보다 늦게 준공됐는데도 재건축 추진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1980년대 조성된 양천구 목동택지개발지구도 2022년 11월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를 마친 뒤 최근 신시가지 14개 단지가 속속 정비계획안을 확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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