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에 충전금액이 기재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강하게 질타하며 “즉각 바로잡으라”고 지시했다.
문제가 된 것은 일부 지자체가 지급액을 카드 외부에 표기하거나 색상으로 구분해 사회적 낙인을 유발했다는 점이다.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시에서 소비쿠폰을 받은 시민이 올린 게시글이 올라왔다. 카드 우측 상단에 43만원이 적힌 사진과 함께 “충전 금액을 왜 적어 놓느냐. 창피하다”는 글이었다. 지급액 43만원은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지원받는 금액이다.
작성자 A씨는 “사정이 있어 자존감이 바닥인데 내 입장에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니까 이해를 좀 해 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국민 1인당 15만원의 기본금이 주어지는데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에게는 1인당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1인당 40만원이 지급된다. 비수도권 거주자에 대해서는 추가로 3만원이 더 지급된다.
서울시 선불카드에는 금액 표기가 없지만, 부산, 경남, 강원, 충남 등 일부 지역 선불카드에는 지급액이 표기돼 있다. 광주시는 금액별로 카드 색상까지 달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자체들은 방문자가 몰릴 경우 빠르게 소비쿠폰을 지급할 수 있도록 금액대별로 선불카드를 마련해 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행정 편의 향상을 위해 카드 사용자를 입장을 배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과거 학교에서 급식비 안 낸 애들 이름 부르던 감성과 다를 것 없다”, “남들은 신경 안 쓴다지만 카드를 내미는 사람은 신경이 쓰인다”고 반응했다. A씨의 사례처럼 43만 원이 적힌 카드로 결제할 경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쉽게 특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받아들였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일부 지자체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 색상에 금액별 차이를 둬 사용자의 소득 수준과 취약계층 여부를 노출시킨 데 대해 이 대통령이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고 밝혔다.
이어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자 인권 감수성이 매우 부족한 조치”라며 즉각 바로잡으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선불카드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문제가 된 부산광역시와 광주광역시 카드에 대해서는 선불카드에 스티커를 붙여 색상이 드러나지 않게 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아울러 강 대변인은 “앞으로도 소비쿠폰 발급과 지급 사용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국민 불편 사항은 빠르게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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