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기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치적 뒷거래' 논란을 일으킨 방송계를 풍자했다. 이를 놓고 백악관은 "존재감 없는 프로그램의 관심 끌기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파라마운트 플러스에서 방송된 사우스 파크에는 예수 캐릭터가 초등학교를 방문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해당 장면에서 예수 캐릭터는 초등학생들에게 "트럼프가 보냈다. 파라마운트와의 소송 합의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이는 이달 초 파라마운트의 자회사 CBS가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1600만 달러(약 217억5000만원)의 합의금을 지불한 것을 가리킨다.
이를 두고 미국 정치권에선 파라마운트가 스카이댄스 미디어와의 합병안에 대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받기 위한 '뒷거래'를 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CBS의 모회사 파라마운트는 현재 스카이댄스 미디어와 84억 달러(약 11조7000억 원) 규모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특히 CBS가 현재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인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자체 검열에 대한 비판론은 더욱 확산했다. 이 프로그램은 트럼프 대통령을 유쾌하게 비판하며 인기를 얻었던 심야 토크쇼다.
이날 방송된 사우스 파크에서는 콜베어 퇴출도 언급됐다. 예수 캐릭터는 학생들에게 "콜베어 꼴이 되고 싶지 않으면 멍청하게 굴지 마"라며 "입을 다물지 않으면 우리도 취소돼"라고 당부했다.
예수 캐릭터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 대상이었던 CBS의 간판 시사 프로 '60분'의 기자 캐릭터들도 이날 사우스 파크에 등장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며 공포에 질려 있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 캐릭터가 사탄과 침대에 나란히 누워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위 높은 모습도 등장했다.
백악관 공보담당자 테일러 로저스는 성명을 통해 "20년 넘게 존재감이 없었던 사우스 파크가 관심을 끌기 위해 별 볼 일 없는 아이디어로 연명하고 있다"며 "이런 4류 쇼가 트럼프 대통령의 상승세를 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1997년에 처음 방송된 사우스 파크는 금기 없는 풍자로 두꺼운 지지층을 확보한 장수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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