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운동화 한 켤레만 있었는데, 이젠 각종 러닝 용품을 모으고 있어요.”
폭염에도 ‘러닝 열풍’이 거세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러닝은 운동화 하나면 충분한 가성비 운동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거대 규모의 소비 생태계를 형성한 하나의 산업으로 진화 중이다. 유통·스포츠 업계는 국내 러닝 인구를 1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러닝화 시장 규모만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러닝, 크로스핏, F45 등 단체 운동 문화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사회적 모임 형태로 자리매김하 경기 불황 속에서도 이들 사이 유행하는 운동복, 액세서리 등 관련 제품의 소비가 꾸준히 이어지는 추세다.
대표적 에슬레저(스포츠웨어 기반 일상복) 브랜드인 안다르는 2025년 1분기 별도 기준 매출 467억 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34% 성장했다. 경기 악재 속 연중 최대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에 거둔 성과라 의미가 더욱 크다. 고가의 운동 장비와 의류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스포츠 편집숍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운동복뿐만 아니라 일상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러닝코어룩', '고프코어룩'이 MZ세대 사이에서 주목받으면서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러닝 편집숍'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체력 보강을 위한 보조 제품도 덩달아 호재를 맞았다. GS25는 에너지젤·비타민·아르기닌 등 에너지 보충 식품의 지난 5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0.1% 성장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단순히 운동을 시작하려는 수준임에도 고가 장비를 갖추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엔 아무 티셔츠나 입고 뛰던 사람들이 이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러닝 전용 장비로 무장하고 달리며 운동 초심자들 사이에선 장비와 준비물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러닝크루에 합류하게 된 김모 씨(27)는 “다들 비싼 브랜드를 입는 분위기 탓에 부담이 되더라도 비싼 장비와 복장을 사게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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