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출전 대회에서 4승. 올 시즌 김민솔(19·두산건설)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드림(2부) 투어에서 쌓은 성적이다. 28일 현재 아직 8개 대회가 남았는데 2015년 김아림과 박지연이 세운 최다승(4승)과 타이기록이다. 시즌 상금 1위(5204만 원)에도 오른 김민솔은 상위 20명에게 주어지는 정규 투어 직행 티켓을 예약하며 내년 KLPGA 투어의 강력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김민솔은 네 번의 우승들에 대해 “기대는 낮추고 자신감을 올린다는 마인드로 플레이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06년생 김민솔은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골프에서 유현조·임지유와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했고 제주도지사배와 송암배 등 굵직한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한때 아마추어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랐다. 지난해 7월 프로행을 선택했을 때도 김민솔의 활약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적응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프로 전향 후 드림 투어에서 상금 랭킹 93위에 그쳤고 정규 투어 시드전에서도 고배를 들었다.
와신상담한 김민솔은 확 달라졌다. 샷과 정신력을 모두 가다듬었고 성적은 자연히 따라왔다. 올해 4월에만 2승을 거둔 그는 6월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7월 11번째 출전 대회에서 4승째를 거두며 폭발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우승 이외의 각종 기록도 압도적이다. 평균 타수 1위(68.9167타), 평균 버디 1위(4.7917개) 등 대부분 지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민솔은 뉴질랜드에서 가진 전지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혼자 무언가를 시도할 때 행복을 느끼는데 특히 지난 겨울 뉴질랜드 전지훈련에서 그 감정을 많이 느꼈어요. 뉴질랜드는 해가 늦게 지는 편이라 코스에 오래 있을 수 있었는데 그때 최대한 다양한 상황들을 모아두고 경험하면서 상황별로 대처하는 나만의 방법들을 많이 쌓으려고 했습니다. 그런 경험이 지금 성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 시즌 부진도 ‘약’으로 작용했다. 스스로의 골프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다. 김민솔은 “지난 시즌에 내가 원하는 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서 내 골프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됐다. 내 골프를 이해하니 안 되던 플레이도 자연스럽게 되고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올 시즌 빛나는 성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올해 목표는 ‘성장’이다. 잠깐 반짝이다 사라지는 ‘유망주’가 아닌 투어에서 오래도록 반짝이는 ‘별’이 되고 싶어서다. 그는 “올해의 키워드는 무조건 ‘성장’이다. 성적에 욕심을 내기보다 ‘김민솔의 골프’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고 깨달으면서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으로 삼으려고 한다. 앞으로 쭉 투어에서 ‘롱런’하기 위해 올해가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을 기다리는 김민솔의 시선은 더 높은 곳에 맞춰져 있다. 정규 투어 신인상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이 그것이다. 큰 무대로 뛰어들기 위해 영어 공부 등 골프 외적으로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는 “지금보다 더 나를 가다듬어 내년에 꼭 신인상을 타고 싶다. 그 이후에는 내가 얼마나 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진출 등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고·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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