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과의 세 번째 협상 테이블에서 관세 유예를 90일 늘리는 ‘휴전’에 사실상 합의했다. 8월 1일 무역 협상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세계 각국은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등 양국 협상 대표단은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차 무역 협상을 갖고 다음 달 11일 만료되는 관세 유예 조치를 90일간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최종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측은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문제를 의제에 올렸다.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으로 하루 약 200만 배럴을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구매할 경우 최대 5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무역 상대국들도 미국과의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TSMC를 앞세워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미국과 협상 타결을 발표할 정도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지만 중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대만을 ‘패싱’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자국의 일부라는 주장을 펴면서 미국과 대만 간 공식 교류에 반대하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 과정에서 미국 뉴욕을 경유하겠다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요청을 불허하기도 했다. 36%의 관세율이 적용된 태국도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국경분쟁으로 무력 충돌한 캄보디아와도 서둘러 휴전에 합의할 정도로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인도의 경우 빠른 타결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포괄적 양자 무역협정을 준비 중이다. 인도는 미국과 무역 협상을 가장 빨리 시작했으나 농업·유제품 분야 개방을 거부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인도가 9~10월 미국과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다음 달 예정된 미국 대표단의 인도 방문을 계기로 광범위한 협상에 다시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인도는 우리의 친구지만 인도의 관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인도는 8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도는 군사 장비 대부분을 러시아에서 구매해왔고 중국과 더불어 러시아의 최대 에너지 수입국”이라며 “추가적인 벌칙도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도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양국 간 이견이 커 난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50%의 고율 관세가 예고된 브라질은 겉으로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물밑에서 돌파구를 찾느라 애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측근인 페르난두 아다지 재무장관은 “세계 최강국이 (5월까지의) 관세 논의를 뒤집었지만 우리는 이성적으로 소통 채널을 모색하고 있다”며 “미국 측 관세 인상 조처를 철회하기 위한 협상은 외교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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