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재생에너지국제인증체계(IECRE·I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ion System)로부터 풍력 분야 국제공인 재생에너지 시험기관(RETL·Renewable Energy Testing Laboratory)의 자격을 획득해 국산 풍력발전시스템 수출의 활로를 개척했다.
국산 풍력발전시스템의 국내·외 인증은 해외 시험기관에 의존해 왔다. 한국인정기구(KOLAS)에서 발급한 시험성적서가 있더라도 해외 시장에서는 RETL에서 발급한 시험성적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고 성능시험 중 국내 기술의 설계 정보 등 데이터가 해외기관에 유출될 가능성도 존재했다.
에너지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새로이 구축하고 IECRE로 부터 풍력발전시스템의 출력 성능, 기계적 하중 측정 부문의 RETL 자격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출력 성능과 기계적 하중 측정 시험은 풍력발전시스템의 인증을 위한 필수 시험 항목이다. 야외에 설치된 풍력 발전 시스템 실물을 대상으로 1년 이상의 장기간 측정이 요구되며, 혹독한 측정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측정 시스템의 설치부터 장기 데이터 관리까지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특히 기계적 하중 측정 시험은 풍력발전시스템의 구조적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핵심 시험으로 블레이드, 주축, 타워 등 주요 부위에 발생하는 하중을 다양한 운전 조건에서 정밀 측정한다. 시계열 하중, 주파수 응답 특성, 피로 하중 등을 포함한 고급 데이터 분석 기술이 필요하고 까다로운 기준으로 인해 통과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너지연은 이미 한국인정기구로부터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은 바 있으나, 글로벌 풍력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RETL 자격 취득에 나섰다. 이를 위해 기존 측정 시스템을 개선하고 시험 기반을 고도화했다. 또, 관련 지침서와 시험 분석 프로그램을 전면 개정해 최신 시험 항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올해 2월 IECRE 현장 평가단이 에너지연을 방문해 장비 관리 및 운영, 측정 시스템 구축,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시험성적서 발행에 이르는 전 과정의 검증을 시행했고 4월 RETL 기관으로 최종 인정받았다.
에너지연은 향후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이 양질의 IECRE 시스템 기반 시험서비스를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폭넓은 성능시험을 추진하고 국내 독자 기술의 성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연구책임자인 에너지연 풍력연구단 손은국 박사는 “앞으로 에너지연에서 발급하는 시험성적서는 해외 시장에서도 실질적으로 상호 인정되는 시험성적서”라며 “국산 풍력 발전 시스템의 해외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제품 신뢰도 향상 등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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