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이 휴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의 경기에 드리운 먹구름이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중국은 상반기 주요 경제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며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하반기 경기 둔화 여부에 따라 적극적인 부양책을 꺼내들 가능성도 엿보인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49.7)보다 0.4포인트(p) 하락한 49.3으로 집계됐다고 31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의 전망치(49.7)에 못 미치며, 지난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기업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PMI는 관련 분야의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다.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수축 국면을 의미한다.
중국 제조업 PMI는 올해 1월 49.1을 기록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2월(50.2)로 기준선을 넘어 긍정적인 흐름을 회복했고 3월(50.5)까지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면서 4월 49로 떨어진 이후 이달까지 4개월 연속 기준선 아래 머물고 있다.
건설업과 서비스업으로 구성되는 비제조업 PMI는 7월 50.1로 전월(50.5)보다 0.4p 하락하며 기준선을 턱걸이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비제조업 PMI 역시 블룸버그 전문가 예상치(50.2)를 밑돌았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종합한 7월 종합 PMI도 50.2로 전월(50.7) 대비 0.5p 내려 확장 국면을 겨우 유지했다.
국가통계국 서비스업조사센터의 자오칭허 고급통계사는 "7월에는 제조업이 전통적인 생산 비수기에 들어간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고온, 폭우, 홍수 등 재해 영향으로 제조업 경기가 전월 대비 악화됐으며, 건설 활동도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올해 상반기에 경제성장률 5.3%를 달성했으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하반기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로 5% 안팎을 제시했다. 상반기 미중 관세전쟁 여파와 내수 침체 우려 등을 딛고 5.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목표 달성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30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성장률 전망을 4.8%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4월 제시한 4.0%에 비해 무려 0.8%나 높아진 수치다. IMF는 “4월에 예상했던 것과 달리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크게 낮아졌다”며 전망치를 조정한 이유를 들었다.
IMF를 비롯해 UBS, 모건스탠리, 노무라 등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최근 중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으나 여전히 중국의 목표치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내수 소비 부진으로 인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이 여전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회복의 모멘텀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며 정부의 추가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관세전쟁이 다시 90일 동안 시간을 벌었지만 여전히 하반기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남아 있다. 장기 침체를 이어가는 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회복세가 더디고 이구환신(헌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환 시 보조금 지급) 정책의 효과도 점차 둔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공급 과잉에 따른 '네이쥐안(제 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도 거의 전 산업에 걸쳐 퍼져 있다.
30일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는 현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하반기 경제를 전망하는 회의에서 “거시경제 정책을 유지하고 적절히 강화하며, 더욱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적당히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시행하고, 정책 효과를 충분히 발휘할 것”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언급은 없었지만 당국이 필요할 경우 지급준비율(RRR)이나 금리 인하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오리엔트증권의 왕칭 수석 거시경제 분석가는 “중앙은행이 안정적이지만 다소 느슨한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총체적인 정책 수단의 효과는 아직 관찰 단계에 있을 수 있다”며 “향후 금리 및 지준율 인하의 범위와 속도는 이번 경기 확장 및 신용 회복 과정의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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