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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의 교육이데아] AI 시대, 거꾸로 가는 교육

교육과혁신연구소장





수업 중 스마트기기 금지법이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적용된다. 교원과 학부모들은 일제히 환영했고 언론도 비판이 없다. 인공지능(AI)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까지 신설된 마당에 교내 스마트기기를 법으로 금지한다는 결정에 비판적 논의조차 실종된 현실은 우려스럽다. 물론 디지털 부작용은 문제다. 그러나 그 해법이 ‘금지법’으로 귀결되는 건 AI 시대 미래 교육 모델로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이다.

이미 세상은 스마트기기 없이는 살 수 없는데 그 부작용을 스스로 통제·조절하는 역량은 어디에서 배울까. 조절력은 강의나 책으로 길러지지 않는다. 실제 환경에 노출된 상태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훈련해야 하는 근육과 같다. 어른이라고 조절력이 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그런데 학교만 무균실이면 학교 밖 세상에서의 조절력은 어디서 기르나. 가정에 떠넘기자는 건가. 왕따와 학교폭력이 많으니 학교 보내지 말자는 식이고, 교통사고·매연 문제 많으니 자동차를 금지하자는 격이다. 자동차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도로교통법과 운전면허제도를 만든 것처럼 디지털 부작용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 훈련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교육 목적의 사용은 허용한다지만 기본이 ‘금지’고 ‘예외 허용’인 구조는 학교 현장을 경직시킨다. 조절력은 금지 속에서가 아니라 노출된 환경에서 의식적으로 훈련될 때 길러진다. 금지는 쉽지만 교육은 훨씬 더 정교하고 전문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학교가 사회 적응을 위한 준비 공간이라면 ‘기술 없는 집중’을 강제하기보다 디지털 환경을 적극 활용해 집중하는 조절력도 학교에서 길러야 할 교육목표여야 하지 않을까.

스마트기기를 필수 학습 도구가 아닌 학습 방해물로만 보는 관점은 ‘집어넣는 수업’ 패러다임이다. 법안에 찬성하는 다수가 인식하는 수업은 AI를 활용해 사고력을 확장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꺼내는 수업’이 아니라 기기를 금지하고 강의에만 집중하라는 ‘정답을 집어넣는 수업’이다. TV와 컴퓨터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기성세대는 공부를 방해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매번 새로운 기술은 인간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함께 진화해왔다. 니컬러스 카는 2010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에서 디지털기기가 뇌의 ‘퇴화’를 불러온다고 경고했는데,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정말 퇴화했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한 건 아닐까. AI를 적극 활용해 ‘집어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하는 시점에 법안이 전환의 발목을 잡을까 우려된다.

교권은 법이 아니라 교육권으로 회복돼야 한다. 전 국민이 같은 문제집을 풀고 일타 강사 영상이 성적에 더 유리한 구조에서는 교육권이 바로 서기 어렵다. 정부도 정치권도 AI를 외치고 교육청들도 1인 1스마트기기 보급을 추진했지만 AI 교과서 정책이 혼선을 빚는 것을 보면서 금지법이라는 손쉬운 통제로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게 과연 최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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