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2월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겸 국방장관 초청으로 태국을 방문해 국방장관 회담 자리에서 태국 정부에 한국형 GPS 유도폭탄 ‘KGGB ’등의 한국산 무기 도입을 제안했다.
서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T-50 고등훈련기를 추가로 구매한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하면서 “앞으로도 T-50 성능개량 사업과 한국형 GPS 유도폭탄 구매 등 태국군 현대화 사업에 한국이 적극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9개월이 지난 2022년 9월쯤 영국의 방위산업 전문매체는 태국 공군이 한국산 유도폭탄 KGGB를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KGGB는 ‘한국형 GPS 유도폭탄’이다. 전투기에서 투하 후 입력된 표적으로 활공 비행하며 상황에 따라 비행 도중 목표물을 변경하거나 선회 공격하는 무기다. 가장 큰 특징은 언덕·산·터널·갱도 등에 은폐된 적 장사정포를 포함한 목표물을 원거리에서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태국은 KGGB를 구매해 태국 공군이 보유 중인 10여대의 경공격기 T-50TH에 탑재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년 가까이 흘러 2025년 7월 태국과 캄보디아 간 국경 분쟁(캄보디아의 고대 사원을 둘러싼 국경 갈등이 군사 충돌로 발전)이 전면전 국면으로 확대되면서 태국 공군은 F-16A 전투기로 캄보디아 군 시설물을 타격해 한국산 유도폭탄 KGGB를 사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한국이 자체 개발한 항공무장이 해외에서 실전 사용된 첫 사례다.
현지 SNS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태국 공군 F-16A 전투기 왼쪽 날개에 KGGB가 장착돼 있는데 해당 사진이 확산되고 있다. 폭탄 위에는 훈센 캄보디아 상원의장을 조롱하는 메시지인 ‘헬로 훈센’(Hello Hunsen) 글귀가 적혀 있다. 이번 캄보디아 타격 작전 시 태국 공군은 이스라엘의 ‘리자드(Lizard) Ⅲ 유도폭탄’도 함께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공군이 사용한 리자드 III 유도폭탄의 사거리는 10여㎞ 정도다. 하지만 한국산 유도폭탄 KGGB의 최대 사거리는 100㎞ 내외로 차이가 크다. 현재 캄보디아 공군은 자체적인 전투기는 없지만 사거리가 50㎞인 중국산 KS-1C 대공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
따라서 태국 공군은 리자드 III 유도폭탄 보다 사거리가 긴 한국산 정밀유도폭탄 무기를 더욱 적극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수의 KGGB를 구매한 태국이 이번 무력 충돌을 이후 추가로 KGGB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물론 태국 공군은 F-16 공습과 관련해 구체적인 무장 내용과 한국산 유도폭탄 KGGB 실전 투입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태국이 구매한 KGGB는 약 20기로 추정된다.
KGGB는 2007년부터 400억 원이 투입돼 LIG넥스원과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GPS 활공 유도폭탄이다. 유도 기능이 없는 Mk.82 500파운드 폭탄에 날개와 유도장비를 달아 정밀 유도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키트다. 사거리가 100㎞에 달해 적 방공망 요격권 밖에서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KGGB 키트 1기의 가격은 약 1억 원 내외로 미국 JDAM보다 비용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다. 미국 JDMA는 기존 재래식 자유낙하 폭탄에 GPS 및 관성항법장치(INS)를 결합한 스마트 유도 키트다. 무엇보다 무유도 항공폭탄에 유도 키트를 달아 적은 비용으로 공대지 정밀타격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한국 공군은 KGGB를 F-4 및 F-5, F-15K, KF-16, FA-50 등에 탑재해 운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군도 토네이도 IDS와 타이푼에 탑재해 운용 중이다. 한국 공군은 최소 1200발 이상의 KGGB를 운용하고 있다. 2018년에 사우디아라비아, 2021년에 태국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KGGB 실전 투입으로 태국 공군이 상당한 전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재 구매 협상을 벌이고 있는 폴란드와 콜롬비아 등에서 추가 수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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