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걸그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골든’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 빌보드는 “골든은 ‘핫 100’ 차트를 정복한 K팝과 관련된 아홉 번째 노래로 여성 보컬리스트들이 부른 첫 번째 1위 곡”이라고 설명했다. 골든은 지난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도 정상을 석권했다. K팝이 이 차트 1위를 기록한 것은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이후 13년 만이다.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을 사냥해온 조직 데몬 헌터스로 활약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케데헌과 OST 골든은 한국 전통문화와 고유한 정서를 알리는 외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함께 히트하면서 서울의 남산과 북촌·한강 등 영화에 나오는 시내 관광 명소가 외국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한국의 전통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굿즈 매장에 해외 방문객이 장사진을 이루는 것도 케데헌과 골든 덕이 크다.
다만 케데헌의 골든이 빌보드를 석권한 것을 마냥 반기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케데헌은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과 넷플릭스가 제작과 유통을 맡았다. 넷플릭스는 미국 특허상표청에 케데헌 관련 상표권도 단독 출원한 상태다. 승리에 도취돼 넋 놓고 있다가는 거대 자본을 앞세운 외국 기업들에 K컬처의 과실을 통째로 뺏길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1990년대 글로벌 영화 시장을 호령했던 홍콩 영화가 업계의 방심과 지원 정책의 부재 탓에 순식간에 몰락한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K팝부터 K드라마·K무비·K뷰티에 K푸드까지, 한국 문화가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고 말하며 ‘글로벌 소프트파워 5대 강국’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려면 K컬처에서 우리의 ‘자강(自强)’ 능력을 키워야 한다. 우선 국가 총지출의 1.33%에 불과한 문화 재정을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 문화 산업에 대한 정책금융과 세제 지원의 병행, 민관 공동의 K컬처 클러스터 조성 등 정책 실행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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