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월 이후 금리 인하 대세를 거스를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에 힘입어 일제히 상승했다.
12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83.52포인트(1.10%) 오른 4만 4458.61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2.31포인트(1.13%) 뛴 6445.76에, 나스닥종합지수는 296.50포인트(1.39%) 상승한 2만 1681.90에 각각 마쳤다. S&P500와 나스닥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나란히 다시 한 번 갈아치웠다.
시가총액 상위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 가운데서는 메타가 3.15% 오른 것을 비롯해 엔비디아(0.60%), 마이크로소프트(1.43%), 애플(1.09%), 아마존(0.08%), 브로드컴(2.94%),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1.16%), 테슬라(0.53%), 넷플릭스(0.57%) 등이 대다수 종목이 오름세를 보였다.
뉴욕 증시가 상승한 것은 이날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7월 CPI 결과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하반기 금리 인하 기조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 전품목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해 6월(0.3%)보다 상승폭이 0.1%포인트 낮아졌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7% 올라 6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식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보다 0.3% 상승해 6월(0.2%)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3.1% 올라 6월(2.9%)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에 기준금리가 25bp(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94.4%로 반영했다. 전날 마감 무렵의 85.9%에서 크게 뛰었다.
이번 CPI 결과는 오는 21~23일 연준의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회의)을 앞두고 공개되는 마지막 물가지표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특히 높았다. 잭슨홀 회의는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 전문가들이 모여 향후 통화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다섯 차례나 금리 동결을 이어온 연준이 통화 정책 방향을 바꿀지 여부에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7월 CPI 결과를 겨냥한 듯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가리켜 ‘너무 늦은(Too Late) 파월’이라고 재차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늘 너무 늦게 움직여서 끼친 피해는 헤아릴 수 없다”며 “다행히 경제 상황이 워낙 좋아서 파월 의정과 자만심에 빠진 연준 이사회를 뚫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파월 의장이 연준 건물 공사를 관리하면서 보여준 끔찍하고 터무니없는 무능한 업무 처리에 대해 그를 향한 소송 진행을 허용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며 “(파월 의장은) 5000만 달러(약 694억 원)의 단순 보수 공사로 끝냈어야 할 일을 30억 달러(약 4조 원)짜리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프리 슈미드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열린 행사에서 “관세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미친 영향이 지금까지 미미하다고 해서 이를 금리 인하의 기회로 봐선 안 된다”며 “오히려 통화정책이 적절히 조정돼 있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머스 바킨 미국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이날 시카고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박을 볼 수도 있고 실업률에 대한 압박을 보게 될 수도 있지만 두 가지 사이의 균형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인플레이션과 고용 가운데 어디에 무게를 둬야 할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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