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국에 온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비샬 씨는 경기 안산에 있는 한 공장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그는 “일하다가 조금 실수를 했더니 사장이 욕하고 신발을 던졌다”고 말했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불법체류자로 불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까지 합치면 약 130만 명이 우리나라에서 일한다. 내국인 근로자가 기피하는 저임금·고위험 근로도 이들이 담당한다. 건설업의 경우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공사를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하지만 지게차 짐에 몸이 묶여 조롱을 당한 네팔 노동자 등 최근 이주노동자에 대한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발표한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실태보고’에서도 이 같은 실상이 낱낱이 공개됐다. 2022년 우리나라에 온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쇼히둘 씨는 사장에게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다가 기존 계약 연장이 취소되는 일을 겪었다. 그는 “발가락뼈가 떨어져 수술까지 받고 일을 했는데 사장은 고용 연장을 거부했다”며 “(본국에) 여섯 식구 생계를 위해 돈을 보내야 한다.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태보고 참석자들은 이주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우선 대책은 사업장 변경 완화라고 입을 모았다. 입국 전 예상과 달리 저임금·고강도 노동에 갑질까지 당하더라도 이주노동자 스스로 일터를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이주노동자가 임금 체불을 당하는 비율은 내국인 근로자보다 약 2배 높다.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률도 내국인 근로자보다 약 3배 높다.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10명 중 7명은 비닐하우스·컨테이너 등 가설 건축물에서 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고용허가제 사업장이 고용노동부의 근로 감독을 받는 비율은 약 5%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한국 이주노동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업주에게 이주노동자를 종속시켜 취약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차별과 폭력, 부당한 처우를 감내하도록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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