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김건희 여사가 함께 구속 상태에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란 취지의 말을 변호인단에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초유의 전직 대통령 부부 최초로 동시 구속 상태의 처지를 비관하는 말을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김 여사를 대리하는 유정화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김 여사가 변호인단에 “내가 다시 내 남편(윤 전 대통령)하고 살 수 있을까,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을까”라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지난 12일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13일 새벽께 서울남부구치소에 수용됐다. 이후 이날 오전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구속 후 첫 조사에 참석했다. 해당 발언은 특검 조사 중간 휴식 시간에 변호인단에게 전한 것이다.
김 여사의 이같은 발언은 헌정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 구속된 상황에 대해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이후 지난 1월 구속됐다가 지난 3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풀려났다. 불구속 상태로 내란 재판을 받아오던 윤 전 대통령은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팀에 의해 지난달 10일 재구속됐다.
특검팀은 이날 김 여사에 대한 여러 피의 사실 중 선거 개입, 공천 개입 등 의혹에 대해 조사를 했다. 김 여사는 관련 혐의에 대한 특검의 질문에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지만, 혐의 사실과 관련 없이 자신의 소회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유 변호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특검 진술 과정에서 명태균 공천개입과 관련해 “본인이 지시를 내린 것이 아니다”라고는 취지의 말을 특검 측에 전달했다.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은 김 여사가 지난 2021년 6월 26일∼2022년 3월 2일 명태균 씨로부터 2억7440만원 상당의 공표용 여론조사 36회, 비공표용 22회의 결과를 무상으로 받은 사실을 파악했다.
명씨는 이후 2022년 3월 중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찾아 이 점을 거론하며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요구했고, 이후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단수공천을 지시했다고 특검팀은 보고 있다. 특검팀은 김 여사 영장에 이를 명시하며 ‘정당의 민주적 운영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변호사는 김 여사의 건강과 관련해 “건강 상태가 좋지는 않아서 차주 대면진료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이날 조사에 이어 오는 18일 김 여사에 대한 구속 후 2차 소환 조사를 하기로 했다. 김 여사가 수감된 서울남부구치소는 오는 18일 오전 10시 김 여사가 특검 사무실에 출석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