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롭존’. 말 그대로 이곳에 갇히면 강등돼 떨어져 나간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LIV 골프에는 우승과 타이틀 경쟁도 있지만 피 말리는 생존 경쟁도 치열하다. 드롭존에 묶인 위기의 6인이 그들이다.
올 시즌 LIV 골프는 16일(한국 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필드의 더클럽 앳 채텀힐스(파71)에서 열리는 인디애나폴리스 대회(총상금 2500만 달러)를 끝으로 정규 시즌 일정을 마무리한다. 시즌 마지막 개인전 대회로 이 대회에서 시즌 챔피언이 결정된다. 이어 23일 개막하는 미시간 대회는 단체전으로만 펼쳐진다.
LIV 골프는 인디애나폴리스 대회를 끝으로 3개의 카테고리로 선수들을 분류한다. 총 54명의 선수 중 시즌 랭킹 1~24위는 다음 시즌 출전권을 확보하는 록존, 25~48위는 팀 이동이 가능한 오픈존, 49위부터는 출전권을 잃는 드롭존에 묶인다. 현재 미토 페레이라(칠레), 앤디 오글트리(미국), 이안 폴터(잉글랜드), 프레데릭 케트럽(덴마크), 앤서니 김(미국), 그리고 장유빈이 드롭존에 속한다. 다만 앤서니 김은 특정 팀 소속이 아닌 와일드카드여서 강등에서 면제될 수 있을 전망이다.
생존에 나선 6인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한국의 장유빈이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대상과 상금왕 등 5관왕을 달성한 뒤 LIV 골프에 데뷔한 그는 올 시즌 12개 대회에서 최고 성적이 공동 21위일 만큼 부진하다. 현재 랭킹 포인트 1.28로 53위에 그쳐 잔류 마지노선인 48위 헨리크 스텐손(스웨덴·5.52점)과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에 준하는 성적을 내야 시드를 지킬 수 있다.
LIV 골프는 그동안 골프 선수들에겐 꿈의 땅 엘도라도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스타 선수들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받고 LIV에 합류했으며, 총상금 2500만 달러가 걸린 대회에서 우승하면 개인전 상금으로만 400만 달러(약 55억 원)를 거머쥐었다. 커트 탈락이 없어 꼴찌를 해도 5만 달러(약 7000만 원)를 받는다. 올해 톱10에 한 차례도 들지 못했던 장유빈도 시즌 상금만 140만 달러(약 19억 원)를 벌어 지난해 KPGA 투어의 11억 2904만 원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고 아낌없이 주던 LIV 골프에 최근 들어 기류 변화가 생겼다. 유가 하락과 사우디의 재정난 등으로 오일 머니가 말라가면서 ‘퍼주기’가 사라진 것. 사막 위 미래형 신도시로 주목받았던 ‘네옴시티’ 사업이 몇 년째 표류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모양새다. 또 지지부진한 상태에 놓인 PGA 투어와의 합병도 LIV의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지난해까지 팀 주장들은 드롭존에 묶여도 강등을 피할 수 있었던 ‘팀 주장 출전권 보장’ 제도가 올해부터 폐지된 것도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장유빈에게 남은 선택지는 퀄리파잉 스쿨격인 LIV 골프 프로모션(예선전)을 통한 시드 획득과 미국행 도전, 한국 무대 복귀가 있다. 그중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가장 큰 선택은 지난해 5년 시드를 확보한 KPGA 투어 유턴이다. 장유빈은 지난해 대상 특전으로 2029년까지 시드를 갖고 있다. 물론 PGA 투어에도 도전할 수 있지만 LIV 골프에서 뛰었기 때문에 1년의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
장유빈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는 “현재 시즌 중이라 시즌 종료 후 거취에 대한 사안은 선수 측과 논의한 바가 없다. 관련 계획은 시즌 종료 후 논의할 예정”이라며 “현재는 시즌 마무리에만 집중할 계획이고, 시즌 종료 후에는 계약 조건에 따라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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